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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지도 달라진다]“몸집 커져야 살아남아”…업종간 합종연횡 예고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0 14:21

수정 2014.11.06 23:58



‘자본시장 판도, 근간부터 바뀐다.’

정부가 오는 2008년 시행을 목표로 연내에 ‘금융투자회사법(자본시장통합법)’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와 선물·자산운용업계간에 벽이 허물어져 업체들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자본시장 개설 50년래 최대의 환경 변화에 직면하면서 ‘생존과 성장전략’ 마련이 시급해진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확충과 운용자산 확대 등을 위해 다른 금융 업종간의 인수합병 또는 전략적 제휴로 몸집 키우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산운용을 통해 선진 증권사의 성장모델을 제시하며 급성장한 ‘미래에셋증권’이 코스피시장에 상장하면서 기존 증권업계의 구도를 깰 다크호스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회사법은 과거 삼성 대우 현대 등 대기업계열 증권사가 장악했던 증권업계를 대기업계열, 금융지주계열, 증권전문그룹으로의 재편 가속화와 함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업종간 벽 허물어져 구조조정 불가피

증권 등 자본시장 관련업계는 그동안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구조조정 노력을 펼쳤고 정부도 대형화와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매번 증시 호전에 힘입어 결정적인 구조조정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자산운용·선물업계에 피할 수 없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사업 영역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제2의 구조조정 회오리가 예고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법은 증권, 선물, 간접투자자산, 신탁, 종합금융 등을 통합하는 것으로 분산돼 있는 자본시장 부문을 일원화해 궁극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을 은행·보험·금융투자회사의 3대축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현재 자본시장은 55개의 국내외 증권사와 44개의 자산운용사, 12개의 선물회사가 설립돼 경쟁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법이 제정되면 은행,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업 겸영이 허용돼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 등을 모두 겸할 수 있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출현이 불가피해진다.

이처럼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은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고 업무 영역을 넓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즉 자산운용 능력을 겸비한 대형 증권사를 육성해 이를 기반으로 기업금융, 투자은행업 등 종합 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선진국 수준의 대형 증권사로 키우는 것이다.

한화증권 서보익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회사법에 대비해 그룹 및 금융계열 증권사들은 계열통합 또는 합병의 방식으로 대형화를 모색하고 전문증권사들도 선물·운용·투신권과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 지도가 달라진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는 증권업계의 지도를 한차례 바꾸어 놓았다. 대우, 쌍용그룹 등 그룹의 몰락과 함께 계열에서 분리된 증권사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변신했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가 되면서 과거 ‘대표 증권사’라는 위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쌍용증권은 외국계로, 또다시 신한금융그룹으로 넘어가면서 굿모닝신한증권으로 거듭났다. 대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하나은행과 동원그룹의 품에 들면서 화려했던 옛모습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공격적인 자산운용영업을 바탕으로 무서운 아이로 급부상, 대형 증권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존 대기업군 증권사들은 이미 투자 은행화하는 글로벌시장의 조류에 맞춰 대형화와 투자 업무를 대폭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법은 이같은 증권업계의 모습을 더욱 빠르게 그리고 뚜렷하게 그릴 전망이다.

증권업협회 이정수 이사는 “금융투자회사법을 통해 대형화된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하게 되면 기존 수수료 위주의 위탁매매에서, 외국계 투자은행이 선점하고 있는 장외파생상품,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금융기법 선진화 및 원스톱서비스 제공 등 자본시장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국내 증권업계는 대기업계열, 금융지주계열, 전문증권사로 재편됨과 동시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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