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M&A매물 몸값 급등 ‘위험수위’

장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0 14:21

수정 2014.11.06 23:58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 M&A 시장에 ‘올인’했고 이로 인해 매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M&A 자금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말한다. 올초부터 시작된 각종 M&A건에 대해 인수 후보 기업들이 거액의 자금을 끌어들여 사활을 걸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동원 가능한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마음(?)이 통하는 은행·연기금과는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 등 온갖 자본과 해법이 M&A 시장에 총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M&A 시장 규모 최소 15조원

올초부터 M&A 시장에 나온 ‘대어’를 잡기 위한 가격 경쟁은 과열 양상마저 띠고있다.


올해 안에 ‘새 주인’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LG카드, 대우건설 등 3곳. 매물당 인수 추정 가격은 4조∼5조원대, 그러나 일부는 인수 후보 기업들간 과당 경쟁과 채권단의 지분 확대 의사로 최대 6조원까지 치솟고 있다.

하이닉스, 현대건설, 대우해양조선, 대한통운, 쌍용건설 등 수년내 국내 M&A 시장에 나올 매물들까지 합하면 무려 10여개에 달한다. 기업들마다 규모가 커 매입 자금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단은 느긋하게 매물의 가치를 판단하며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는 반면, 인수 후보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한정된 매물의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가격 상승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 M&A 관계자는 “일부 매물의 매각 시기가 늦춰짐으로써 가격 급등 우려가 사실상 현실화됐다”며 “당초 논란이 됐던 헐값 시비는 벗어났지만 지금은 반대로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정상적인 M&A 거래가 진행중이란 해석이다.

■과당 경쟁이 인수가격 상승 부채질

금융권에서는 인수가격 상승의 첫번째 요인으로 인수 후보 업체들간 과당경쟁을 꼽고 있다. 특히 경쟁적으로 외형 확대만을 고집하는 빗나간 경영 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싸고 벌이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간의 ‘주고 받기식’ 신경전은 M&A 시장의 본질을 떠난 대표적인 사례다. 충분한 비전을 고객과 주주들에게 설명하지 못한 채 외형만을 손질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각각 2억6252만원과 2억402만원. 이에 비해 매각을 앞둔 외환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3억500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매물 시세가 인수 후보기업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안고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 매각도 이와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에 참여한 6개 컨소시엄들은 대부분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 이들이 내놓은 대우건설 인수 타당성은 대부분 시너지 효과에 불과하다. ‘국내 수요와 해외시공 능력의 결합’ ‘설계 노하우와 시공 능력 확보’ ‘건설자재 납품의 노하우로 사업 확대’ 등이 이들이 내놓은 인수 희망의 변이다.

M&A 과정이 사실상 비밀로 진행되지만 이들이 밝힌 구체적인 사업비전, 인수 목적, 자금마련 방안 등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 틈을 타 인수 후보 기업들의 시설자금, 연구개발(R&D) 투자 목소리는 쑥 들어간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매각 작업 직후 인수기업과 매물의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조원대의 무리한 자금 투입이 자칫 인수기업과 매물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각을 지켜보는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은 우려에 뼈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해 어렵사리 건전성이 확보된 매물들이 인수 기업들과 함께 부실을 초래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sunysb@fnnews.com 장승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