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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요금’ 인기 여전…이통사 골치

허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0 14:21

수정 2014.11.06 23:57



폐지된 이동통신 요금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이동통신 회사들이 적지 않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출시한 무제한 정액제, 기본료 6000원짜리 요금제 등이 인터넷 등에서 고가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통사들이 가입자 유치를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나온 이들 요금제는 비용 대비 수익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신규 가입을 폐지했지만 시장에서의 고객들 인기는 여전하다. <표참조>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이 지난 98년 내놨던 ‘017 패밀리 요금제’가 가장 골칫거리다.

한 사람당 월 1만7000원 기본료를 내면 최대 4명까지 무제한 통화가 가능한 이 요금제에 대한 당시 반응은 ‘메가톤급’이었다. 그러나 가입자가 35만명까지 치솟고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를 일으키자 5개월만에 전격 폐지됐다.


하지만 현재 3만여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는 이 요금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결혼에 골인하거나 헤어진 커플이 인터넷 등에 번호 2쌍을 130만∼160만원 수준에 내놓고 있다. 번호만 빌려 쓸 경우에는 1년에 50만∼70만원 정도다.

실제 월 8만원씩 휴대폰 요금을 내는 한쌍의 커플이 3년 동안 이통사에 내는 요금은 총 577만원. 하지만 이들이 017 패밀리 요금제를 구입해 이용할 경우 휴대폰 요금은 122만4000원에 불과하다. 3년 동안 453만6000원을 적게 낸다.

아직도 이 요금제를 고집하는 안모씨(33·경기 안산)는 “애인과 전화하다가 휴대폰을 켜놓고 잠들기 일쑤였다”며 “SK텔레콤에서 통화를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세기통신 인수로 인해 이 회사가 내놓은 불리한 요금제에 대한 부담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KTF의 경우는 지난 2003년 8월∼2004년 7월 사이에 5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무제한 커플 요금제’가 인기다.

1인당 2만2365원의 기본료만 내면 커플간 무제한으로 통화가 가능한 상품. 현재도 21만명이 고객으로 등록돼 있으며 요금제에 가입된 번호 2개는 80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KTF가 지난 2004년 1월부터 7월까지 8개월간 판매한 ‘무제한 정액 요금제’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다.

월 10만원만 내면 통화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이 상품은 현재 ‘4747’ 등 골드번호와 함께 200만원선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당시 최대 가입자는 8만명. 2년이 지난 현재 6만명이 이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LG텔레콤의 월 기본료 6000원짜리 미니요금제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8월 타사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 요금제를 냈다. 그러나 오히려 자사 고객이 미니요금제로 바꾸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가입자당 매출(ARPU)이 떨어지자 2003년 4월 80만명의 가입자를 뒤로 한 채 전격 폐지됐다.

전화를 받기만하는 노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이 요금제는 지금도 3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번호 1개당 9만∼10만원에 팔리고 있다.


LG텔레콤이 2004년 1월∼7월 말 번호이동성에 대비해 한시적으로 내놓은 ‘무제한 95000’(기본료 9만5000원·발신통화 무제한)의 몸값은 현재 1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실패한’ 요금제를 없애거나 가입자를 타 요금제로 전환시킬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 유치만을 목적으로 출시된 과거 요금 상품이 지금은 네트워크 부담을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됐다”며 “개인이 사적 영역에서 번호를 구입한 후 명의를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제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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