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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앞두고 ‘기선싸움’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0 14:21

수정 2014.11.06 23:5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양국간 ‘기선 잡기’가 본격화됐다.

미국 의회와 미국자동차협회가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 압박에 나선 데 이어 미국전자협회(AEA)와 아메리칸전자협회(AeA) 등도 자국내 이익단체 등과의 공조체제를 통한 ‘한국 압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최대의 섬유 로비단체인 전미섬유제조업체협회(ATMI)도 미 무역대표부(USTR)를 대상으로 ‘한국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등 FTA 협상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에 들어갔다.

이에 우리 정부는 FTA의 ‘예외품목’에 쌀을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쌀시장 사수’에 돌입했다. 미국이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핵심 이슈로 정한 데 대해 이명수 농림부 차관 등은 “쌀만큼은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 양국간 FTA 전 ‘샅바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전자·섬유협회 등 ‘한국 압박’ 돌입

미국이 현재 16개국과 FTA를 체결했고 남아공·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44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신경쓰고 있는 나라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오는 3월부터 공청회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USTR는 관보를 통해 3월14일부터 워싱턴DC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3월24일까지 미 행정부와 산업계?학계?이익단체 등으로부터 팩스와 e메일을 통해 공공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USTR가 현재 협상을 진행중인 44개국보다 한국을 상대로 까다로운 공청회를 준비하는 이유는 미국 산업계와 이익단체들의 민감한 민원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자동차협회, 미국전자협회, 전미섬유제조업체협회 등은 한·미 FTA 체결과 동시에 적지않은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섬유 등 분야에서 6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 개방 이전에 한국 시장 개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한국의 시장 폐쇄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3대 협회는 USTR는 물론 미국 의회, 시민단체 등에 한·미 FTA 체결에 따른 ‘후폭풍’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인 액션에 들어갔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상원 자동차모임의 공동회장인 조지 보이노비치, 칼 레빈 의원은 한·미 FTA 협상 출범 발표일에 미국 정부에 공한을 보내 한국 자동차시장 압박에 나섰다”며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전자와 섬유, 의류 등의 분야에서도 잇따르면서 미국내 이익단체들간 공조체제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쌀 개방’, FTA 협상 성패 좌우

한·미 FTA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핵심현안은 ‘쌀시장 개방’이다

미국은 한국의 쌀시장 개방을 이슈화할 것을 이미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쌀 개방을 관철시키거나 이를 지렛대로 삼으면 다른 농산물 개방 등에서 최대한 이득을 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곡류, 과실류, 쇠고기 등 축산물의 고관세를 대폭 축소하고 양허 이행기간을 단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쌀시장만큼은 개방할 수 없다”며 사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쌀 개방을 앞세울 경우 여건에 따라서는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고 강변할 정도로 쌀시장 개방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경지면적(1억7550만㏊, 2003년 기준)을 보유한 미국은 1인당 경지면적도 약 30㏊에 달하고 있어 한국의 0.5㏊에 비해 60배나 넓다.
이런 상황에서 축산물시장, 일반 곡류시장 개방과 달리 쌀시장은 내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시민단체 등은 미국의 자동차, 전자, 섬유협회들보다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양국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자동차, 전자, 섬유 등 3대 업종의 시장 개방에 대해선 미국 이익단체들이 반발하고 쌀시장과 관련해서는 국내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양국간 신경전이 첨예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다음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미국 공청회 등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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