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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경제교육 관심,일과성 아니기를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를 설명하는 학교 교과서가 딱딱하고 추상적 내용이 많아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시키지 못한 결과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한 고교생 경제 경시대회 결과에 따르면 응시생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4점에 불과했다. 이는 학교 교육이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충실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은 특히 기본 개념과 경제 원론 분야에서 다른 분야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경제의 근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적대로 이같은 현상을 초래한 큰 원인은 교과서 내용이다. 김부총리는 경시대회 시상식에서 ‘교과서가 아직까지도 추상적으로 경제를 다루고 있어 학생들이 경제 원칙을 상상력으로 이해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교과서 자체도 문제지만 경제 교육을 실시하는 현장의 문제도 없지 않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 교육이 실물 경제와 괴리감이 있어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는 경제 뉴스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음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고교 1학년의 통합 교과서엔 경제 부문이 맨 뒤에 있어서 시간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할 정도다. 현장에서 경제 교육이 충실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KDI 등 3개 기관이 올 상반기 중 경제분야 교육과정 개편 시안을 마련,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과정 개편 작업에 반영키로 한 점이다. 재계와 시민단체도 경제 교육의 기초적인 자료가 될 교과서를 충실히 만드는데 참여하기로 했다. 모든 교과서가 읽기 쉽고 재미 있어야 하지만 경제는 특히 그렇다.
추상적 이론만 나열하면 경제는 어렵다는 인식밖에 가질 수 없다.

교과서 개편에 더해 정부는 용돈 관리방법을 가르치는 등 체험 실습 위주 경제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학생들이 학문으로서의 경제가 아니라 실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니 새로운 교과서와 교육 과정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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