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포데이타(KOID)는 아직까지는 이름이 귀에 익지 않은 회사다. 수십년의 전통도, 성공신화도 없는 ‘신출내기’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14’를 떠올리면 어떤 회사인지 금세 알 수 있다. KOID는 바로 ‘전국민의 비서’인 114 전화번호안내 업체. 본사를 대전에 두고 충청도과 전라·경상도, 대구, 부산, 제주 등 수도권을 뺀 총 7개 본부에 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114 안내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회사로 알면 오산이다. 지난 2001년 KT에서 분사해 ‘홀로서기’에 나선 KOID는 전화번호안내 외에도 인터넷포털 서비스와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종합안내정보서비스 업체로 변신중이다.
이를 통해 지금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신규사업에서 올리고 있을 정도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충청권 향토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OID의 출범은 순탄치 않았다. KT로부터 분사할 당시 114 전화번호 안내사업은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고 따라서 독립경영에 나서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용불안을 느낀 직원들은 대부분 분사를 강력히 반대했다. 일부 직원들은 KT 본사 사옥을 40여일간 점거, 장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하마터면 출범도 못해보고 좌초될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이었다. 출범 자체가 회사 존립의 최대 고비였던 셈.
산고 끝에 탄생한 KOID는 회사의 비전부터 세워나갔다.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114 안내만을 고집하지 않고 방대한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한 사업 다각화 전략 마련에 착수한 것. 그 결론은 114 중심의 틈새사업 발굴과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로의 전환이었다.
KOID는 콜센터 사업과 보험 아웃바운드를 시작으로 정보기술(IT) 기반의 신규사업인 전화번호검색 포털사이트 ‘렛츠 114’를 핵심 신규 브랜드로 키웠다. 또 온·오프라인 겸용 컴퓨터 전화통합체제(CTI)를 갖춘 플라워 콜센터도 구축하는 한편, 전화번호 DB를 기반으로 한 텔레매틱스사업(단말기사업)과 음성인식 보이스포털 서비스도 선보였다. 특히 국내 콜센터의 원조격인 114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한 콜센터 구축사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공공기관 사업장은 물론 국내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에까지 진출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KOID의 틈새시장을 파고든 ‘블루오션’ 전략은 매출 급신장으로 이어지며 그대로 적중했다.
지난 2001년 설립 당시 326억원이던 매출액이 2002년 865억원에서 2003년 1088억원, 2004년 1408억원, 지난해엔 1615억원을 기록, 연평균 30% 이상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출범 첫해 제로(Zero)였던 신규사업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50%에 육박, 앞으로 지속성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한 뒤 오는 2007년에는 32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공비결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노사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박진희 대외협력부장은 “KOID는 출범 초기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창립 4년 만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노사가 한 가족이라는 패밀리즘 문화가 크게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KOID는 여성 비정규직 상담원들의 정규직 전환과 남녀 고용평등 실현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매년 비정규직 가운데 5%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KT 시절에는 없던 여성관리자가 지금은 3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경력개발제도(CDP)를 도입, 분야별 전문인력을 키우고 지식관리시스템에 의한 업무프로세스 확립과 경영진과 사원간 신뢰구축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생산력 향상의 원동력이 됐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2003년엔 서비스품질우수기업, 2004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 2005년 신품질혁신상 수상 및 한국서비스품질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공기업 구조조정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4일 제2대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종수 사장은 ‘내실성장’을 강조한다.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온 외형 성장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고객과 사원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위해 취임과 동시에 현장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한편, 발상의 전환을 위해 ‘고객·사원·기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생각경영 2006’을 선포했다.
박사장은 “올해는 어떤 것보다 사업과 조직의 내실화를 통해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면서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고 구성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원들이 출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kwj5797@fnnews.com 김원준기자
◇약력 ▲56세 ▲경북 경산 ▲영남대 ▲제13회 기술고시 ▲한국통신 기업통신지원국장 ▲한국통신기술 상무이사 ▲한국통신 충북본부장 ▲한국통신 연수원장 ▲KT 대구본부장 ▲KT 충북본부장 ▲KT서브마린 대표이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