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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질주,아시아 최대 ‘광명 돔 경륜장’ 열렸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2 14:21

수정 2014.11.06 12:17



은빛 바퀴의 사이클은 비탈진 벨로드롬과 함께 기울어져 신나게 달린다. 안장위에 올라탄 선수들은 균형 잡지 못한 피사의 사탑처럼 쓰러질듯 위태롭지만, 원심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지해 경기장을 질주한다. 지난 17일 첫 개장한 경기 광명 돔 경륜장은 관중석과 벨로드롬 사이가 가까워 선수들의 거친 호흡소리가 생생하게 귓전에 울린다.

■은마(銀馬)는 소리없이 달린다

“땡 땡 땡 땡….” 경륜 돔 경기장에서 사이클 경주의 마지막 두 바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면 선수들의 발놀림은 점점 빨라진다.

질주를 재촉하는 종소리에 맞춰 사이클 안장에 앉은 7명의 선수들은 기차의 피스톤처럼 두 다리를 아래위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333�V인 벨로드롬을 여섯 바퀴 도는 경주에서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자 경륜선수들은 자전거 체인이 끊어질 정도로 페달을 밟아댄다.
이때쯤이면 경륜장 아나운서의 해설도 사이클 바퀴의 돌아가는 속도에 엉켜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엇, 드디어 1번 선수 뒤쳐지고 2번 선수 앞서고, 어쩌고저쩌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발을 구른 선수들이 결승선을 지나칠 때 최고 속도는 시속 70㎞. 조용히 선수들을 지켜보던 관중들의 엔돌핀도 어느새 최고조에 달한다.

드디어 사이클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면 경륜팬들의 숨은 잠시 정지된다. 잠시 뒤 경주 순위를 서로 맞춰 본 관중들의 탄성과 환호가 함께 교차된다.

■아시아 최대 경륜돔에서 ‘봄날의 질주’

광명?창원?부산 경륜장을 찾는 관중은 매일 4만여 명에 달한다. 6분여 만에 싱겁게 끝나버리는 경륜 경기에서 그들이 느끼는 매력은 무엇일까.

경륜팬들은 사이클을 통해서 인생의 ‘고독’ ‘경쟁’ ‘행운’ ‘위기’ 등의 카타르시스를 한꺼번에 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경륜장을 찾는 이들은 인생의 굴곡을 여러 번은 느꼈을만한 중년이 왠지 많다. 이들은 호주머니에서 몇 백원을 꺼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걸기도 한다. 로또 같은 대박은 아니지만 운수 좋은 날에는 집에 가는 길에 소주에 고기 한점을 맛볼 수 있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행운을 잡지 못한 경륜팬들은 마치 코치라도 된 듯 이런저런 훈수를 둔다. “재빨리 왼쪽으로 껴들었어야지” “김OO 선수, 페달을 더 힘차게 밟아야지” “어이쿠, 저 선수 오늘 자전거가 왜 이리 무거워….” 그러면 옆자리 관중들은 웃기만 한다. 그래도 선수들은 관중석의 웅성거림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고독한 자신들만의 질주를 반복한다.

■광명에 비행접시라도 안착한 듯

광명 스피돔은 경륜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돔 경륜장의 아름다운 모습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아직까지 돔으로 된 축구장이나 야구장이 없는 탓인지 이곳 광명 스피돔은 벌써부터 광명의 명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어진 광명 스피돔은 멀리서 보면 은빛 비행접시가 내리앉은 것 같다.

광명 스피돔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정을 덮은 거미줄처럼 얽힌 철 구조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륜선수들의 질주는 1층에서 봐야 제 맛이지만, 광명 돔을 한눈에 구경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높이의 돔 경기장의 꼭대기에 올라가볼 것을 추천한다. 꼭대기 층에서는 벨로드롬이 한눈에 들어오는데다가 돔으로 이뤄진 천정까지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다.


또 돔을 받치는 천장 구조물 사이에선 눈부신 백색 섬광이 관중석에 내려와 대낮에는 신비로운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광명 경륜장에서 눈부신 봄날의 질주를 즐겨보자.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서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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