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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의복 분장]인간 부귀영화·안락 염원…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2 14:21

수정 2014.11.06 12:17



의복의 특성을 결정짓는 세가지 요인은 옷의 형태를 결정하는 실루엣, 색상, 직물 등이다. 이 3가지 요소 모두 의복 디자인을 위해서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직물, 즉 소재가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재를 둘러싼 경쟁이 과거보다 훨씬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각종 기능성 소재의 개발로 웰빙을 추구하기도 하고, 스포츠경기 때 입는 소재는 기록이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소재의 기능적인 면과 더불어 미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그중 문양은 한 시즌의 유행을 창조하면서,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현대의 문양으로는 줄무늬, 체크무늬, 물방울 무늬 등 기하학적인 무늬와 추상적인 무늬가 많이 사용된다. 더불어 보다 단순화된 자연무늬(식물문이나 동물문)가 미적인 효과에 비중을 두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표범무늬와 같은 동물무늬는 에조틱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새와 나비는 페미닌한 여성적 이미지를 나타낸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늬를 의복에 넣어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자연의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우리의 문화는 개인의 복과 해탈을 동시에 희구하는 유교적 불교문화가 성행되었기 때문에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인간미에 바탕을 두고, 해학과 우아함을 무늬에서 재창조했다. 대표적인 무늬로는 장생불사를 표상한 무늬인 십장생(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있다.

모란꽃은 부귀와 명예를, 석류는 수태와 다산을 상징하고, 복숭아는 장생과 벽사를 상징한다. 포도도 다산과 장생을, 생기있게 뻗어가는 덩굴은 연속되는 수태를 뜻한다. 용이나 봉황과 같은 상상의 동물들은 왕실의 위엄과 웅장함을 상징했고, 박쥐문은 행복과 장수, 자손 번창을, 나비는 변신, 행복과 장수, 부부의 금술을 상징하며 많이 사용됐다. 공작문도 위엄과 아름다움을, 물고기문양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했다.

한편 문양이 지닌 상징성은 민족과 시대에 따라 다르다. 서양은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사물을 대상으로 한 우상화를 철저히 배격하고, 절대신의 구원을 바라는데 있기 때문에 각 문양은 종교적인 의미를 많이 반영했다. 독수리문은 예수의 승천, 성령 및 힘을, 비둘기문은 평화와 성령의 은총을, 양은 그리스도와 인내와 겸손을 상징한다. 나비문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공작문은 영원한 생명과 불멸을, 물고기문 또한 그리스도와 신자들, 생명의 재생을 상징한다. 과거 복식에 표현된 무늬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체적 대상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고, 기원을 나타내기 위해 주술적, 종교적 의미를 표현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용기도 얻을 수 있고 인간의 염원인 부귀영화, 안락, 영복을 기원했다.
흥미롭게도 용문과 박쥐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서양에서는 용은 악마를, 박쥐는 불행을 상징하는 것이 대조적이다.

직물무늬는 현대에는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되면서 주로 시각적, 미적으로 체형 보완의 착시현상 등으로 그 의미가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무늬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마음이 염원하는 심적 의지를 복식에 넣음으로써, 인간의 마음이염원하는 의지의 표현과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기 위한 주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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