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진통 속에 선출된 차기 무협회장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2 14:21

수정 2014.11.06 12:16



한국무역협회가 22일 우여곡절 끝에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정부가 내정한 이 전 장관이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한때 낙하산 논란이 벌어져 중소 수출기업인인 동미레포츠 김연호 회장과 경선 직전까지 가다가 막판에 무산돼 단독 출마로 선출되는 등 유례없는 진통을 겪은 것은 주목할 일이다.

비록 김회장이 후보 제청을 받지 못해 경선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협회의 안일한 경영에 대한 회원사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특기할 일이다.

얼마 전 정치권 일각에서 이 전 장관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지난 20일 무협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이 전 장관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자 회원사들의 반발 한것은 주지하는 바다. 회원총회장에서 한 회원이 “정치권이 차기 회장을 내정해 무역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고 발언한 대목도 그런 맥락의 외연이다. 회원사들의 회비와 코엑스 등의 임대료로 운영되는 순수 민간단체인 협회가 정부가 지목한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고 선출함으로써 마치 정부의 기관인양 외부에 비쳐지게 된 것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이번에 정통 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협회 회장단은 “무역 진흥을 위해서는 업계와 정책당국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명분론을 앞세워 추대 이유를 밝혔지만 무역인의 공감대를 얻기는 힘들다.

그 동안 민간 기업 출신들이 회장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퇴영적인 인사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민간 활력이 요구되는 무역규모 5000억달러의 시대에 자칫 민간조직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무역 대국의 중추기관을 자임하는 협회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기 힘들다.


협회는 회원사의 이익과 권익 옹호를 위해 뛰어야지 정부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오해가 한 점 있어서는 안된다.

이신임회장이 무역규모 1조원 시대를 여는 사령탑으로 기대도 크지만 ‘협회가 변해야 한다’는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우선 협회가 몸집 불리기와 임대사업에만 몰두해오면서 회원사, 특히 중소 수출업체들의 권익 옹호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되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