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美정·재계 국수주의 바람



미국 정계와 재계에서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진출을 제한하려는 ‘안보 보호주의’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미 의회는 대내적으로는 안보를 이유로 외국기업의 미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거는 등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내외적으로는 외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라는 개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영 항만관리업체인 ‘두바이 포트 월드’가 미국 항구들을 운영하는 영국계 기업 ‘페닌슐러 앤드 오리엔털 스팀 내비게이션(P&O)’을 67억9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한데 대해 미 의회가 인수계약을 무효화시키는 내용의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미 정치권은 중국의 석유관련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가 지난해 미국 석유업체 유노콜을 인수하자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결사반대, 이를 저지시켰다.

두바이 포트 월드로 운영권이 넘어가는 항구를 끼고 있는 지역 출신 의원과 주지사들이 앞장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은 21일(현지시간) “이번 거래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으며 ‘두바이 포트 월드’의 P&O 인수를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항만 안보는 외국 정부의 수중에 맡겨두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수전 콜린스 의원(공화·메인)과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인 제인 하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다음주에 ‘(상·하 양원) 합동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뉴욕)과 피터 킹 하원의원(공화·뉴욕)은 오는 3월2일로 예정된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다음주에 긴급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의원은 부시 행정부에 항만 운영업체 인수계약 자체를 원천 무효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빌 퍼스트 의원은 “행정부가 더 깊이있는 분석을 거친 뒤에 인수를 최종적으로 승인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 때까지 관련 계약을 중단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의 존 코르진 뉴저지 주지사는 “이 조처가 미국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것으로 매우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주 차원에서 주법원과 연방법원에 이 문제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비등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업체의 미국 항만운영권 인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계약 내용은 “면밀히 검토됐고 따라서 올바른 정책결정이며 이 계약은 이행돼야 한다”며 이런 내용의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 의원들은 2007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통상관련 상임위에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와 일자리 소멸,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국가들은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스티븐 콜린스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자국 자동차시장의 취약성과 통화절상으로 고전하던 일본과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처지가 지난 2000년 이래 반전됐다”며 “미 행정부가 이들 나라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즉각 끝장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사진설명=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 잔디밭인 사우스 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6개 주요 항만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넘겨주는 것을 지연시키는 어떤 법안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워싱턴AFP연합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