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기아차 과장이상 임금동결 어떻게 나왔나]환율·유가등 경영 고통 분담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2 14:21

수정 2014.11.06 12:15


“현대·기아차 과장 이상 임직원들은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임금을 동결한다.”

22일 오전 8시 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 2층 대강당. 과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표해 현대차 박광식 이사대우(전략기획팀)와 송민규 차장(미주팀)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선언문을 낭독해 내려갔다.

이들은 이어 당면한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철한 책임감을 가지고 비상경영 환경을 돌파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순간 행사에 참석한 과장 이상 임직원들의 얼굴도 비장함으로 채워졌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임금동결은 위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기아차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나타난 직원들의 의지표현”이라며 “현재의 고통을 분담해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시기를 앞당기자는 직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이번 위기극복 결의대회에는 본사와 충남 아산공장 등에서 상경한 과장 이상 임직원 1000명이 참석했다.
현대·기아차 전체 과장 이상 임직원 1만1000여명의 9%가량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과장 이상 임직원들도 모두 임금동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임금동결 선언은 지난 16일 현대·기아차 팀장급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가절감방안 회의에서 불씨가 지펴졌다. 이날 회의에서 한 팀장이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도요타를 예로 들며 환율, 유가, 원자재 문제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낸 것이 발단이 됐다.

최근 들어 위기에 처한 미국업체의 동남아시장 공략을 비롯한 세계 차시장의 구조개편, 일본과의 미래차 기술경쟁, 중국차의 추격 등 시장환경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 팀장의 제안 이후 ‘우리의 경우 도요타처럼 노조가 임금동결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우리가 나서자’, ‘우리가 고통을 감내하면 도요타처럼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등의 호응이 잇따랐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현대차 홍보팀 조영제 부장은 “급여로 살아가는 월급쟁이로서는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며 “하지만 직원들 모두 현재의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소식을 들은 임원들이 20일 임원회의를 소집, 임금동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과장들도 팀장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을 흔쾌히 수용하면서 임금동결은 과장 이상 전 임직원으로 확대됐다.

결의문에서 임직원들은 임금동결 외에 ▲원가절감, 품질확보, 생산성 향상 ▲혁신과 변화 실천을 통한 목표 달성 ▲철저한 고객감동 정신 등을 다짐했다

IMF 이후 8년 만에 대기업으로서는 처음 임금동결을 선언한 결의문을 단상에서 넘겨받은 김동진 부회장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부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동참한다는 각오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이 자발적인 임금동결을 결의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운을 뗀 뒤 “우리 모두 새로운 마음과 자세로 일치 단결해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한편, 현대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간 협의도 없이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노사간 불신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위원장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있기도 전에 회사가 임금동결을 결의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사전 도발행위”라며 “임금동결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