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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꾸준한 관심 가져야”…신기숙 호남 해바라기 센터 소장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4 14:22

수정 2014.11.06 12:12



“반짝 관심은 ‘노(NO)’입니다. 아동 성폭력 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신기숙 호남 해바라기 센터 소장(41·사진)은 지난해 6월 센터가 들어선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서울 용산 초등생 살해유기 사건으로 촉발된 아동 성폭력 문제에 대한 주변의 대대적인 관심 때문에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과도한 관심에 지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채찍을 꺼내 들었다.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에 비하면 자신의 피로는 별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까지 노동 및 여성운동을 하던 그는 상담을 하면서 아동 성폭력의 심각성을 여러 차례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그 수에 비해 아동 성폭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과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현실을 알게 된 후 지난 2001년부터 전남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다 2005년 6월 호남 해바라기 센터의 소장으로 부임했다.

신소장이 진단하는 한국의 아동 성폭력 상담 수준은 ‘아동’ 수준이다.

“지난 90년대 후반기부터 아동 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에 대두되기 시작했죠. 이제 6∼7년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기초’ 분야입니다.”

그러나 아동 성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음란물에 접촉할 기회가 더 쉬워지면서 모방 범죄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 ‘실천’의 대상으로는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쉬운 거죠. 또 걸려들었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많은 것도 아동 성범죄가 늘어가는 원인입니다.”

아동이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치료는 필수다.

그러나 신고만 하고 치료하러 오지 않는 경우는 10명 중 6.5명. 여전히 아동 성폭력은 이처럼 음지에 묻혀있다.

괴물이 나타나서 잡아먹는 꿈, 강박적으로 뭔가를 씹는 행위, 불안이 심해져 오히려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행위, 반복되는 짜증으로 학교 생활을 못하는 경우 등 어린이들에게 다가오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성폭력을 당한 후 금방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억압됐다가 10년 후 20년 뒤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것이어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소장은 이런 아동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법의 엄격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우리는 아동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는 의무조항이 없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교사, 사회복지사,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기소를 당하기도 합니다”고 강조했다.

신소장은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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