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상하이=고은경 기자】지난 1월20일 오전 9시 신세계 이마트의 중국 5호점인 톈진시 ‘탕구점’ 오픈식에는 2000여명의 구름떼 같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한류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으로 인기를 얻은 탤런트 양미경씨의 사인회와 오픈 특가상품 소식을 듣고 새벽부터 달려온 터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겨우 진입한 매장 안에서는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 오∼나라’ 음악이 흘러나오고 중국 직원들은 매번 “안녕하세요” 하며 한국말 인사를 목청껏 외쳤다. 그 와중에 남녀노소 구분없는 행렬이 발디딜 틈 없이 이어졌다.
‘오∼나라’를 흥얼거리며 쇼핑을 하던 중국인 지아동영(40)은 “이마트의 오픈 광고를 보고 오전 7시30분부터 기다렸다”며 “물건 하나 사는데 30분이 걸려 원래 사려고 했던 것의 절반도 못산 상태”라면서 바삐 다른 진열대로 발길을 옮겼다.
신세계 이마트가 중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 할인점시장의 포화에 따른 돌파구를 해외 시장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외 시장 진출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꼽히고 있다.
■상하이에 추가부지 10곳 ‘중국 공략’ 박차
우리나라보다 3배 웃도는 870개의 할인점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만 1500평 이상의 할인점이 170개나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97년 상하이 취양점 오픈을 시작으로 중국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뒤이어 루이홍점(2004년), 인두점(2005년) 등 상하이에만 총 3개 점포를 열며 중국 남방지역 공략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톈진지역 첫 점포인 이마트 4호점 아오청점을 열어 북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어 지난 1월 문을 연 탕구점까지 5호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3월과 4월 상하이에 무단장점과 싼린점을 오픈할 예정. 상하이에만 이미 10개 할인점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정민호 이마트 상하이법인장(총경리)은 “상하이 1호점은 1년에 3억위안(36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두고 있고 지난 1월에만 1억위안 이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는 소득수준이 높고 생활의식도 깨어 있어 앞으로 할인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하이 이마트 인두점에는 평일에만 1만명, 주말에는 1만3000∼1만4000여명이 몰리고 있다. 이 가운데 60% 정도가 이마트의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일일 매출도 5000만∼6000만원 정도. 보통 중국인들의 1회 매상규모는 350위안. 우리 돈으로 치면 5만∼6만원가량으로 중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축이다.
특히 휴대폰 매출이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내 브랜드 의류상품과 화장품을 도입해 높은 매출을 올리며 차별화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고객의 주요 동선에 매대(아일랜드 매장)를 설치해 일반 매장보다 매출이 3∼4배 늘어났다. 중국인들이 ‘팔(八)자’를 선호하는 것에 착안, 가격을 188위안, 88위안 등으로 책정하는 등 세심한 마케팅 기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천병기 인두점장은 “중국 전역 할인점 중 상위 20위권 내에 들 정도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한다.
■한국형 점포로 ‘유통한류’ 이어간다
후발주자인 이마트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택한 전략은 바로 고급화된 ‘한국형 점포’. 이미 현지화에 성공해 중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까르푸, 로터스 등 외국계 할인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한국형 할인점 전략은 동양 정서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품 진열장 높이도 중국 소비자들의 체형에 맞게 유럽이나 미국계 할인점보다 20㎝가량 낮췄다.
또 한국산 자사 브랜드(PB) 상품과 중국산 PB를 모두 구비할 계획이다. 상하이지역에는 오는 3월 이마트의 독자적인 PB가 도입된다. 톈진지역에도 도입할 예정이어서 이마트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본격 활용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현지화를 배척하는 한국형 점포를 고수하지는 않는다. 중국인들의 특성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자를 중국인으로 전면 배치하고 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도 “해외 점포의 성공 여부는 누가 책임자로 오느냐가 중요하다”며 “가능한 한 중국인을 채용하고 책임도 이양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또 중국 할인점시장 1위인 까르푸와 전면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점포를 항상 까르푸의 전면에 위치하도록 점포를 배치하고 있다. 성과는 좋은 편이다. 취양점의 경우 까르푸와 500m 거리에 인접해 있지만 오픈 첫해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흑자를 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점포가 20개 되는 오는 2008년께 물류의 효율도 나오고 중국 시장 윤곽도 잡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사장은 “오는 2012년까지 50개 점포망을 확충, 중국 유통시장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중국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scoopkoh@fnnews.com
■사진설명=지난 1월20일 개장을 앞두고 새벽부터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던 신세계 이마트의 중국 5호점인 톈진시 탕구점의 입구 모습. (위 사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현지인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 진열이나 가격 책정 등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톈진시 탕구점에서 가족 단위로 매장을 찾은 중국인 고객들이 상품을 고르며 쇼핑을 즐기고 있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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