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외이사 목소리 커진다…SK·포스코등 경영감독 ‘깐깐’

서정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6 14:22

수정 2014.11.06 12:10



포스코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국내 기업들이 최근 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권한과 비중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의 그동안 활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해 주요 기업 사외이사들의 활동을 조사한 결과 SK㈜, 포스코, KT 등은 경영활동의 견제와 감시가 한층 강화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전히 ‘찬성 거수기‘ 노릇에 지나지 않는가 하면 이름만 올려 놓고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는 등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외이사 찬성 거수기는 옛말(?)

SK㈜, 포스코 등 사외이사들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26일 금감원 공시를 통해 사외이사 활동과 보수에 관한 내용을 밝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상위 15개그룹(공기업제외)의 주력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다. 롯데, 한화, 두산그룹 등은 주총일을 잡지 않았거나 사외이사 활동을 공시하지 않았다.


SK㈜ 사외이사는 지난해 15차례의 이사회를 통해 57건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이중 한영석·박호석 이사는 ‘이익에 의한 우선주 소각’에, 조순?남대우 이사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서윤석 이사도 ‘본사 사옥 매각’에 반대했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0월 이사회에 올라온 포스텍 국제관?기숙사 건립을 위한 시설비 출연계획에 반대, 부결시켰다. 결국 12월 열린 이사회에서 국제관 건립만으로 수정된 안건이 통과됐다. 수백억원의 출연금이 들어가는데 자금의 오·남용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말 그대로 깐깐한 사외이사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한진해운 등 대부분은 이사회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반대’가 단 한건도 없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은 실제 올라가기전 사외이사들에게 사전 충분한 설명과 의견 조율을 거치기 때문에 대부분 통과되게 마련”이라고 해명했다. 통과될 안건만 올린다는 의미인데 SK나 포스코의 사례를 보면 설득력은 떨어져 보인다.

■연봉이 무색한 출석률

사외이사 수나 출석률에서도 SK㈜가 두각을 보였다. 7명의 사외이사들이 활동한 SK㈜는 한영석 이사를 비롯한 4명이 100% 출석했다. 출석률이 가장 낮은 김태우 이사(출석률 89.5%)도 10번중 한번 빠진 꼴이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은 참석이 부진했다. 현대차 미야모토 마사오 이사는 출석률이 14%에 불과했고 포스코 박원순, 제프리 존스 이사는 7번중 4번(57.1%) 참석하는데 그쳤다. KT 임주한 이사도 67%에 머물렀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외이사 연봉을 감안하면 출석 부진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주요 기업 사외이사들은 현대차 7900만원을 비롯해 SK 6906만원, 삼성전자 6662만원, LG전자 6000만원 등 제법 짭짤한 연봉을 받아간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편인 포스코가 4677만원, 현대상선도 3500만원이다.
KT는 업무활동비로 월 300만원, 참석실비로 5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 24일 포스코 주총에 참석한 한 소액주주는 “연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사회에 불러도 잘 나오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은 아예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는게 맞는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기업지배구조센터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선임된 이사들은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hwani9@fnnews.com 서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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