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생애첫대출’ 서민만 골탕?/유상욱기자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6 14:22

수정 2014.11.06 12:09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 고정금리 연 5.2%’(지난해 11월)→‘부부 소득 5000만원 이하로 조정’(1월)→‘부부소득 3000만원 이하로 재조정, 연 5.7% 고정금리’(2월).

지난해 11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생애첫주택대출 상품. 그러나 당초 시장의 기대는 온데 간데 없다. 상처 부위를 이곳저곳 꿰맨 누더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 상품은 지난 4개월 동안 대출기준이 3번이나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혼란의 연속이다. 지난해 말 이 상품이 다시 선보이자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창구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금리 상승기에 5% 안팎의 고정금리는 앞뒤 잴 것 없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너도나도 몰려든 결과 기금이 시행 35일만에 바닥을 드러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부랴부랴 대출기준의 장벽을 쌓았다. 주택가격이 3억원, 부부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을 넘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기준 강화는 순간 위기 탈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만큼 언제라도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최근 대출기준을 부부합산 소득 연 3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방침을 내놓았다. 특히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적용한다고 해 소비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조차 헷갈리는 판이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이 생애첫대출을 고정금리로 알고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상품이 변동금리라면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들이 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는 데다 금리혜택을 받을 경우 4%대 중반 수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애첫대출의 장점을 찾을 수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교부는 지난해 10월말 생애첫대출을 재개하면서 ‘연 5.2% 금리’라고 밝혔을 뿐 ‘고정금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근사한 홍보를 곧이곧대로 믿고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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