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환율 위기’비상경영]사업장마다 “환리스크 줄여라”특명

서정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7 14:22

수정 2014.11.06 12:09



국내 경제에 ‘환율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주요 기업들의 외환위험 관리 체제 구축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말 1013.00에 마감된 이후 올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지난주 말 96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전인 97년 11월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4%이상 원화 가치가 올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를들어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인 100달러에 팔아도 원화로 들어오는 돈은 연초보다 4000원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들은 이같은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어 기업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지난달 올 원?달러환율 전망치를 960원으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올 사업계획 전망치를 수정하는가 하면 결제비중 다양화,적극적인 환관리 시스템을 통해 수익성 사수에 돌입했다. 또한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해 국내 생산량을 해외쪽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어느정도 고려하고 있었으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환율 하락 충격을 줄이는 다양한 대응방안을 수립, 적용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해외 생산 확대, 달러 비중 축소 나서

현대차, LG전자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심정으로 대대적인 원가절감에 들어가는가 하면 관리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기본적으로는 종합적인 환위험 방지대책 시행에 들어갔다. 국내 생산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 해외 생산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또한 달러 결제비중을 축소하고 달러외화 차입 상환 조정 등 자금 결제 스케쥴도 조정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900원대에 맞춰 사업계획을 짜 놓고 있으나 추가 하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나마 가전의 85%가 해외에서 생산되는데다 휴대폰은 유럽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아 다행이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환율에 민감한 편이다. 이달 초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환율이) 이 추세라면 우리가 마지노선처럼 생각했던 950원도 곧 무너질 전망”이라며 비상경영을 주문했다. LG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품 수입시 달러 결제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LG필립스LCD도 수출 비중이 95%이상이여서 환율변동에 민감한 편이다. 이에 따라 환율 모니터링팀 강화, LCD장비 수입대금의 달러화 지불 비중확대, 외화 부채비율 관리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과장 이상 임직원이 올 임금을 동결한 현대자동차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현지 생산을 50%이상으로 늘리고 결제대금에서 달러 비중을 지난해 70%에서 올해는 60%로 낮출 방침이다. 대신 유로화나 캐나다달러 등 기타 통화 비중을 30%에서 40%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터키와 인도,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지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화로 전환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 비상, 환관리 시스템 적극 가동

최근 원화 강세 기조에서 쓴 맛을 본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선물을 통한 적극적인 위험 회피(헤지) 전략을 구사하는 가 하면 결제일을 조정하거나 사내 선물환 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두산중공업은 2002년부터 환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중이다. 도이치은행의 컨설팅을 통해 선진 환관리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수주잔고는 대부분 헤지를 해 놓고 환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선물환, 스왑거래 등 헤지를 통한 환 위험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 수출금액의 80% 이상을 이미 환헤지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사내 선물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영업부서에서 외환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금융팀이 일정 규칙에 따라 사내선물환을 고시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외환 자금이 들어올 규모와 나갈 규모를 서로 상계시켜 헤지하는 것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환보험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효성은 선적일자와 계약일자를 최대한 줄여 환위험에 노출되는 기간을 최소화하는가 하면 어쩔수 없이 떠 안아야하는 부담에 대해서는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을 활용한다,

효성 관계자는 “어쩔수 없이 환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기프로젝트는 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hwani9@fnnews.com 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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