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지하경제가 GDP 27.5%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7 14:22

수정 2014.11.06 12:09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지난 200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7.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GDP의 4분의 1을 웃도는 159조원 규모의 엄청난 돈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마약·매춘·밀수 등 전통적인 검은돈은 물론 불법 외환거래, 자영업자들의 탈세, 기업 회계부정 등이 이에 포함된다. 세계화와 함께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간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세원 포착이 어려워진 것도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만 제대로 이뤄져도 시대적 과제인 사회복지 재원 확충이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하경제 척결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데 있다.


전태영 경상대 교수와 변용환 한림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조사대상 110개국 평균(32.6%)보다 낮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보다는 높았다. 우리와 비슷한 20∼30% 그룹에는 이탈리아·인도·그리스 등 17개국이 들어있다. 반면 미국(8.7%)·일본(11.3%)·영국(12.6%)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3.1%)도 우리보다 낮게 평가됐다.

탈세를 일삼는 지하경제는 성실 납세자들에게 세부담을 떠넘긴다는 차원에서 마땅히 없애야 한다. 봉급 생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지하경제를 척결하겠다며 모조리 일벌백계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검은돈은 쫓기는 만큼 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효과도 의문이다.

지하경제의 큰 부분은 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탈세 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응도 ‘경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전태영·변용환 교수팀이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부담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은 합리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세금을 내는 게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면 검은 돈은 자연히 줄어든다.
한마디로 햇볕을 쪼여 지하에 숨은 돈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자는 논리다.

마약·매춘·밀수 등 사회악 성격의 검은돈은 엄격히 다뤄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도한 세금과 사회복지비 부담이 되레 지하경제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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