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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종의 아프리카 미술 산책]부시먼의 대표 원시미술 샤먼의식 그림으로 표현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2.28 14:22

수정 2014.11.06 12:07



일반적으로 부시먼이라고 알려져 있는 산(San) 족은 그들과 인종적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텐토트족과 더불어 코이산(Khoisan)어를 사용하며, 수천 년 동안 아프리카의 남부지역에 정착하여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아온 원주민이다. 호텐토트 족에게서는 이렇다할 유물을 찾아보기 힘든 반면, 산족은 원시미술의 가장 훌륭한 모델들을 유산으로 남겨왔다. 바위에 그리거나 새겨 넣은 그림이라는 의미에서 암각화, 암석화라고 불리는 그림들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남아공에만 1만5000점의 암각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프리카 남부지역 전체로는 5만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그림이 밀집하여 분포되어 있는 지역은 보츠와나의 쏘딜로, 나미비아의 브랜드버그와 트위펠폰테인, 레소토의 드라켄스버그 산과 남아프리카칼라하리 사막 일대, 그리고 짐바브웨의 마토보 힐 등지다. 암각화의 정확한 제작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절 풍화에 노출되어 보존상태가 양호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가지의 측정 결과 산족의 암각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나미비아의 아폴로11 동굴에서 발굴된 석판(石板) 그림으로 돌판 위에 목탄으로 그린 것이다. 목탄에 대한 탄소연대측정 결과 이 그림은 기원전 2만5500년에서 2만750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 오래된 암각화는 1983년에 짐바브웨 마토보 동굴에서 발굴한 암각화로 제작 연대는 기원전 1만500년경이다.

부시먼의 암각화는 단순히 동굴 벽을 장식하거나 일상생활과 사냥을 묘사하기 위해 그려진 것만은 아니다. 드라캔스버그 지역의 암각화에서는 부시먼의 주된 식량이었던 작은 영양이나 거북이 같은 동물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데, 이는 이 지역의 암각화들이 일상의 국면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암각화들은 강력한 종교의식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샤만의 의식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주술사는 특정 동물의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 영혼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역마다 그 의미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동물들은 각기 다른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하마는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을 상징하며, 코끼리는 조상의 영혼을 상징하고, 영양은 초자연적인 힘을 상징하는 것처럼 그림 속의 이미지들이 의미전달을 위한 일종의 기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주술사는 주술의식이 끝난 후 영혼의 세계와의 접촉이나 질병의 치유, 비를 내리게 하거나 사냥감이 되는 동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등의 주술적 행위들을 기록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부시먼은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주술 행위는 묘사와 상징을 통해 표현되었는데, 학자들은 이러한 상징해석을 통해 코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의 그림이 막 영혼의 세계로 들어선 주술사의 모습이며, 반수반인의 모습으로 변신한 사람 또한 동물의 초자연적 힘을 받아들이기 위해 분장한 주술사의 모습임을 설명하고 있다. 팔이 뒤쪽으로 향한 채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있는 무희나,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주술사의 모습 또한 이 그림들이 주술 행위와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남부아프리카 지역의 모든 암각화들이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교감을 위해 그려진 것만은 아니며, 그 상징적 의미들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도 아니다. 가령, 나미비아에서 발견된 암각화들은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메마르고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과 제사의식 등을 설명하고 있는 그림들이 많은데, 이것은 단지 부족의 문화적 전통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지혜를 후세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색화의 경우 안료는 각종 점토와 철광, 목탄과 산화아연 등에서 색을 채취해 만들었으며, 이를 위해 유발(乳鉢)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만 년 전에 채색된 그림이 자연 상태에서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안료에 동물 지방질을 섞어 끈끈하게 잘 달라붙는 지방질의 그림물감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터치아프리카 대표·시인

touchafr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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