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외환거래 규제 완화방안 내용·의미]과도·편법 외화유출 우려 커져

신성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1 14:23

수정 2014.11.06 12:04



정부가 1일 발표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은 해외 자본이 국내로 들어오는 문호를 열어놓은 것에 걸맞게 외환의 유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걸어 잠가 놓았던 빗장이 활짝 열렸다.

개인과 기업의 외환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넘쳐나는 달러를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시키는 데 주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외환시장 안정에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지만 완화 강도 만큼이나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투기나 편법 해외투자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물꼬 또한 넓혀줬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외환거래 규제완화 배경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는 수출 호조로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데다 외국인의 투자도 지속되면서 시중에 달러가 많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2164억달러에 이른다.
2004년말(1991만달러)에 비해 173억달러 증가했다. 특히 올들어서는 지난해 말(2103억9100만달러) 보다 60억달러가 늘었다.

이처럼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4년말 1035.10원에서 지난해 말 1011.60원으로 2.3%(23.5원) 하락한 데 이어 올들어서는 불과 2개월 만에 4.0%(40.7원)나 떨어지며 970.90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내수 회복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 이 같은 환율하락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위축된 개인과 기업의 해외투자를 촉진해 시중의 달러를 해외로 나가도록 하는 일이 시급해진 것이다.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사실상 완전 자유화

정부는 우선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완전 자유화가 만성적인 달러 과잉 상태를 줄이는 데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초호화 주택이라도 거주 목적이라는 증빙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년 이상 거주한 뒤 귀국한 후 3년 이내에 처분할 필요도 없어졌다.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앞으로 주거용 해외부동산은 무기한 보유가 가능해졌고 자손에 상속이 가능해지는 등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이 사실상 완전자유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7∼12월 월평균 1억4100만달러(4.3건)에 불과했던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규모가 올 1월9일 취득 한도를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확대한뒤 1월∼2월15일 45일간 10억5400만달러(29건)로 증가한 점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가 미칠 파급력을 가늠케 하고 있다.

■대외채권 회수 완화 달러 유입 억제

아울러 해외증시 상장증권, 외국정부 국공채 등으로 한정된 개인 등 일반투자자들의 해외증권 투자제한이 없어지고, 국내 일반펀드의 해외펀드 투자한도가 자산총액의 5% 이내에서 50%까지, 펀드오브펀드가 50% 이내에서 100%로 확대되면 해외로의 자금 이탈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수출을 하고 발생한 채권을 1년6개월내로 회수할 필요가 없는 기준을 건당 10만달러 이하에서 50만달러로 높인 것은 달러 유입 억제책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건일 재경부 외환제도혁신팀장은 “지난해 수출총액에서 건당 10만달러는 16%에 불과하지만 50만달러 이하는 전체의 56%에 이른다”면서 “수출총액의 60%에 가까운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필요 없이 해외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도한 외환유출, 편법 해외투자 우려

해외투자의 문이 활짝 열리면 앞다퉈 시중 돈을 해외로 빼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투자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도 자유화해 나가게 되면 무분별한 해외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거나 편법 해외투자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중에는 과도한 국부 유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하필 투자한도를 없앤 시점이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2∼3년간 진행된 부동산 거품이 이제 막 꺼져가는 단계여서 꺼림칙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하고 90년대 초 일본도 해외 부동산에 과잉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겪은 전례가 있다.

또 기업들이 대외채권 회수의무 완화를 악용, 50만달러 이하의 수출대금을 신고하지 않고 투기적 목적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는 불법?편법도 우려된다.
금융당국이 과연 엄청난 건수의 수출대금과 유입액을 관찰하고 미회수 금액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 swshin@fnnews.com 신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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