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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젠 글로벌화-태평양]美 명품가 당당히 입성 ‘세계 톱10’꿈꾼다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5 14:35

수정 2014.11.06 12:00



【뉴욕=최진숙기자】미국 뉴욕 맨하튼의 명품 거리 ‘소호 스프링 스트리트’. 샤넬, 버버리,구찌,에스카다 등 명품 숍들이 즐비하다.

이 거리 한복판엔 동양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스파(spa)가 뉴요커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바로 태평양의 미국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뷰티 갤러리 앤 스파’다. 이 곳은 뉴요커들이 주말에 맨하탄에서 가장 들르고 싶어하는 ‘베스트 10’에 꼽힌다.

스파의 높다란 검정색 철제문을 밀고 들어서면 은은한 녹차향이 매장 전체를 감싼다. 한번 이용에 15만∼25만원선.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 최고가 25만원짜리라고 한다.
스파에는 아모레퍼시픽의 고가 화장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뉴욕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을 좀 더 확인하고 싶다면 맨하튼 최대 럭셔리거리 5번가로 가야한다.

5번가에서도 가장 고급스런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 팔리고 있다. 버그도프굿맨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도 쩔쩔매는 니만마커스 계열의 백화점. 아무리 명품화장품이라 해도 버그도프굿맨의 까탈스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여지없이 퇴출명령을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이 버그도프굿맨에 입점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 명품 반열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국 명품매장 입점…‘글로벌 톱10’ 발판

태평양이 미국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브랜드로 코리아 깃발을 꽂고 있다. 태평양이 미국시장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2002년초. 중국과 프랑스에서 어느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자평한 뒤의 일이다. 중국은 화장품 ‘라네즈’, 프랑스에서는 향수 ‘롤리타 렘피카’의 대히트로 글로벌시장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태평양은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태평양에게 미국시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당장 매출에 연연해하는 시장이 아니다. ‘세계 톱10’ 화장품사로 도약하는데 중요한 교두보 역할로 지목된 곳이 미국시장.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브랜드에 세계 최고급 옷을 입히기 위해 필요했던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뉴욕 현지법인 태평양 아모레퍼시픽사 신주홍 대표는 “당장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지 않았다”며 “최고 매장에 들어가 최고 브랜드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미션이었다”고 말했다.

■‘건강과 아름다움’ 경영철학을 팔다

세계의 명품브랜드의 각축장인 미국땅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수 있을까.

태평양은 소호 스파매장의 VIP(최고급) 고객에게 먼저 다가갔다. 이들에게 60년 역사의 한국 태평양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에서부터 아모레퍼시픽 마케팅은 시작됐다. 제주 녹차밭에서 직접 재배한 녹차를 건네주면서 이 녹차에 담긴 건강과 아름다움이 바로 태평양의 정신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신주홍 대표는 “녹차밭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듯, 태평양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빠른 속도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재구매율은 금새 50%를 넘어섰다. 한편에선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바이어를 설득하는 작업에도 열을 올렸다. 그리고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지 채 2년도 안된 2003년 9월, 버그도프굿맨의 빗장을 걷어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가에 판매됐다. 아이크림이 250달러,크림이 450달러. 그러나 소비자만족도는 10점만점에 9.6점을 기록, 최상위 1% 브랜드만이 누리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국의 럭셔리 패션잡지 ‘W’는 아모레퍼시픽의 아이크림을 ‘탄력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명품백화점 ‘니만마커스’에 올해 21개 매장 오픈

아모레퍼시픽은 버그도프굿맨 입점후 1년만에 120%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버그도프굿맨 추천으로 니만마커스백화점 진출까지 성공했다.

현재 워싱턴,뉴저지,시카고,마이애미,샌프란시스코,라스베가스,아리조나,하와이 등 니만마커스 9개 매장에 입점한 상태. 버그도프굿맨은 니만마커스 입점 당시 이례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을 적극 홍보, 태평양이 오히려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버그도프굿맨측은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의 희귀한 식물을 이용한 과학적 처방으로 피부가 원상태에서 최적으로 작용하도록 돕는다”는 추천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태평양은 올해 니만마커스 백화점 매장 12개를 추가, 미국 전역의 니만마커스 21개 매장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알리게 된다. 니만마커스 등 럭셔리백화점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는다면 미국시장 선점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는 게 태평양의 시각이다.


오는 2015년 세계 톱10 도약을 목표로 내건 태평양은 현재 1억달러 수준인 해외매출을 이때까지 전체 매출액(40억달러)의 30%인 12억달러까지 올리겠다는 각오다.

/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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