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협공 당하는 ‘IT-코리아’/이광수 구미 제일윈텍 전무이사(경제학 박사)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5 14:35

수정 2014.11.06 12:00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이 경쟁국인 일본, 미국, 독일 등의 강력한 협공을 당하고 있다. 업계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고도의 치밀한 전략으로 추월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IT 산업은 지난해에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9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특히 4·4 분기에만 매출 5조원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이뤄냈다. LG필립스는 지난해 총매출 10조원을 달성했다. 이중 4·4분기에만 3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은 3340억원을 실현했다.
두 회사는 선의의 경쟁으로 명실공히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시장에서도 삼성SDI 와 LG전자가 대형 생산체제를 갖추고 4?4분기에 20%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세를 각각 보였다. 전세계 PDP 관련 특허의 88%를 삼성 SDI와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는 이미 전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의 50%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지난해 4·4 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에 비해 32%와 30% 증가하는 쾌거를 올렸으며 특히 하이닉스는 8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경쟁 업체인 마이크론은 4.6%, 일본 엘피다(NEC, HITACHI 합작사)는 1.1% 흑자에 그쳤고 독일 인피니언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질주하고 있는 우리 IT 업계의 앞길에 강력한 복병이 여기 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최근 일본 정부가 엘파다와 미국 마이크론의 D램 분야 합작사인 마이크론재팬 보호용으로 하이닉스에 대해 상계관세를 전격 부과하기로 한 게 그것이다.

둘째 도시바, 소니, IBM이 기존 반도체 기술 합작 계약 기간을 5년 더 연장해 반도체 공정도를 현재 65나노미터에서 90나노미터까지 미세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셋째 히타치, 도시바, 르네사스 3개사가 D램 반도체 연합 전선을 본격 가동해 첨단 프로세스 반도체 파운드리를 기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인텔이 마이크론과 합작해 삼성과 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에 대응하는 대체 기술인 노아플래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인텔은 이와는 별도로 업계 첫 45나노 S램을 개발해 트랜지스터 10억개를 집적시킬 수 있는 새 전기를 마련했다. 인텔은 나아가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50나노 D램에 필적할 수 있는 70나노, 80나노 S램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섯째 일본 NEC, 도시바, 소니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을 위한 공동 개발을 목적으로 소위 ‘히노마루 반도체’를 탄생 시켰다.

이 모든 경쟁국의 움직임은 오직 ‘타도 삼성’ 나아가 ‘타도 한국 반도체 업계’의 붉은 깃발을 내걸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대비는 하고 있다. 삼성이 대만의 LCD 1위 업체인 AUO사와 협력관계를 맺어 LCD 업계의 주도권을 장악함은 물론, 특허 분쟁을 해소하고 대만과의 기술연대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7세대는 힘드나 8세대부터는 협력 가능한 크로스 라이선스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도 공조하기로 했다.

업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선두에서 자만하고 안주하는 사이에 경쟁국은 빠른 속도로 추월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인구 100명당 2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반도체, 휴대폰,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디지털 TV 온라인 게임 등 다수의 세계 1등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IT 산업 생산은 2.3% 증가에 그쳤고 반도체, 휴대폰, LCD 3 품목의 수출 비중이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는 등 특정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걱정 스럽다.


또한 IT 산업, 휴대폰 산업등의 대외 경쟁력은 상승하고 있으나 중간재, 핵심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천 기술의 부족, 취약한 IT 부품 소재산업, 고급 IT 인력의 부족과 첨단산업 보호 등 법 제도의 인프라가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외 IT 인재의 적극적인 발굴, 원천기술 개발자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연구 개발비 지원, IT 중소 부품 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 등 과감한 규제 혁파, 첨단 IT 산업에 대한 조세 감면 확대 등을 해야만 우리 IT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서 경쟁국의 협공에 대항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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