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충청 향토기업을 찾아서-대전 교차로]생활정보지의 대명사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6 14:36

수정 2014.11.06 11:58



우리나라에 ‘생활정보지’라는 새로운 개념의 매체가 처음 등장한 때는 지난 1980년대 말. 당시에는 낯설고 다소 어설프기까지한 이 매체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전국에서 갖가지 이름으로 수백종의 정보지가 발행되고 있고,그 가운데 몇몇 회사는 연간매출액이 수백 억원대를 넘어서는 탄탄한 기업로 성장했다. 서민과 중산층에게 없어서는 않될 요긴한 정보를 담아내며 정보제공 매체로서 당당히 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상이 된 생활정보지의 원조는 바로 대전에서 발행되는 ‘교차로’. ‘교차로’는 이젠 아이에서 노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 생활정보지의 대명사로 떠오르며 대전시민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다.

교차로의 탄생은 아주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대덕연구단지의 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던 한 공학박사가 연구도중 실험기기를 찾아 나선게 그 발단이다. 그는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등지에 자신의 연구과제 수행에 필요한 실험기기를 수소문했다. 그러나 한 달여 동안을 찾아 헤매도 실험기기는 찾을 수 없었다.그가 연구에 손을 놓고 있던 어느날 애타게 찾던 실험기기가 바로 옆 건물에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고 허탈감을 느꼈다.

이 일을 겪은 뒤 그는 주변의 모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정보매체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 전국최초의 생활정보지 ‘교차로’다.

실험기기를 찾던 공학박사는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교차로의 창업주 박권현 전회장이다. 박 전회장이 교차로를 창간한 것은 지난 1989년.박 전회장은 돈과 명예가 보장된 연구원직까지 내던지고 생활정보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변에서는 ‘무모한 짓’이라는 우려와 냉소도 뒤따랐지만 그의 의지는 꺽지 못했다.

대전 용전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두어평 남짓한 사무실을 빌린 그는 뜻을 함께한 직원 4명과 교차로라는 이름의 신문을 발행했다. 말이 신문이지 8절지를 반으로 접어 만든 16절 4개면이 전부였다. 그것도 인쇄본이 아닌 손으로 쓴 등사본으로 전단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면에 게재할 정보도 없어 주택가 골목을 돌며 전봇대에 나붙은 전월세 쪽지의 전화번호를 베껴 실어야만 했다.배포는 직원 4명이 발이 불어트도록 골목 주택가 등을 돌며 한집 한집 일일이 던져 넣었다.

이러한 ‘실험정신’은 빠르게 대전시민들에게 파고들었다.중고 생활용품 거래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생활용품 정보에 목말라 있던 시민들이 너도나도 교차로를 통한 정보교환에 나선 것.

교차로는 출범 3년만인 92년 주 1회 발행에서 주 2회로 발행횟수를 늘리며 억대 매출을 달성했다. 성장가도는 계속돼 94년 주 3회 발행에 이어 97년에는 주 5회 발행하며 일간지로 등록했다.이후 99년 100억원대의 매출을 돌파한 교차로는 이젠 130명의 직원에 매출 200억원을 눈앞에 둔 어엿한 중견 향토기업으로 성장했다.

교차로의 성공비결은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변화를 추구한데 있었다. 안정된 전산시스템을 도입,더욱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효과와 재미를 높여주는 비주얼한 편집은 다른 생활정보지의 교본이 되고 있을 정도다.

아울러 단순히 상업 광고만을 싣는 게 아니라 공익 정보들을 가장 비싼 전면에 과감히 집중 배치하는 등 지역민에게 지면을 돌려주는 편집방침도 주효했다.여기에 매일 2만건 이상의 정보가 새로 실리는 방대한 줄광고는 생활정보지 교차로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최성렬 마케팅사업부 차장은 “교차로의 노하우,독립적 전산시스템과 전문디자이너들의 차별화된 편집스타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서 “고객만족을 위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 더욱 친근한 정보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교차로는 최근 또다시 새로운 지면을 선보이며 틈새시장 발굴에 나섰다.단순한 광고 나열위주의 편집에서 벗어나 ‘웰빙스페셜’,‘사업.창업’ 등 특화면을 신설,새로운 광고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창업주 박 전회장의 부인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장성자 사장은 올해를 ‘제 2 도약의 해’로 선언했다.

장사장은 다음달 중순 사옥이전을 계기로 전부서 통합전산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회사전체가 하나의 전산망으로 통합되면 그간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던 영업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온라인 쪽으로 옮겨가 효율성이 극대화될 것이란 게 장사장의 설명이다.이를 통해 생활정보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전문 포털사이트들의 거센 도전에도 맞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사장은 “올해는 매체의 다변화와 고급화,정보화,멀티미디어화를 통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대전시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출 수 있는 중장기 플랜을 세울 계획”이라면서 “이번 플랜은 보다 다양하고 질높은 정보들을 대전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kwj5797@fnnews.com 김원준기자

◇약력▲49세▲서울▲상명여대▲프랑스 쁘아티에 국립음대 디플롬 수료▲대전예술원 원장▲대전 홀리클럽 부회장▲창 갤러리 대표겸 큐레이터▲대전교차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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