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車 위기냐 기회냐]‘과잉생산시대’ 생산성으로 돌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6 14:36

수정 2014.11.06 11:58



요즘 세계 자동차시장은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안개등을 켜지 않고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안개등은 주로 빗길이나 눈길 등 시야가 좋지 않을 때 안전주행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 자체가 안전을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과잉 생산시대에 접어들면서 안개등(비상경영)을 켜고 있지만 모두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판매대수 증가율이 2∼3%대에 머무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지만 과잉설비 상태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이 수요를 2408만대 초과했다.

지난 90년 이후 15개 유력 자동차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됐으며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빅3 중 적어도 하나는 도산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쟁업체보다 원가경쟁력 제고나 생산성 향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현대·기아차는 환율급락, 고유가에 이어 선·후발 업체의 집중적인 견제와 추격을 받고 있다. 비상경영에 돌입해 과장 이상 임직원이 임금을 동결했지만 구성원 일부만이 켜는 안개등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GM, 포드 등 위기에 처한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그 원인의 일부를 일본과 한국 업체의 약진에서 찾고 내부 구조조정과 함께 한국업체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등은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 인도, 동유럽 등 우리의 주력시장으로 무대를 이동하고 있다. 달러약세를 틈타 대당 3000∼4000달러씩 깎아주는 파격적인 할인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도요타, 혼다 등 일본업체들도 현대차를 겨냥해 1만∼1만2000달러대의 값싼 중소형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엔저에 따른 환차익을 활용, 가격공세를 펴고 있다.

미국의 견제에는 노조와 정부까지 가세하는 분위기다. GM,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의 노조(UAW)와 주정부 등은 한국·일본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토록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머지않아 해외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할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전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매년 자동차 시장규모가 100만대씩 확대되고 있는 중국은 생산능력에서 이미 세계 두번째 기지로 성장했다. 중국업체들은 내수에 이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국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체리자동차는 오는 2010년 미국에 100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며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상하이기차는 2010년에 승용차 50억달러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다. 중국 혼다, 길리자동차 등도 유럽과 호주에 소형차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해 온 현대차로서는 위 아래의 견제와 추격에 처하면서 ‘위기냐, 기회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의 견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업계는 안개등을 켠 채 서행운행을 하며 안개가 걷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재도약한다는 전략이다.

GM과 포드가 지난해 위기를 맞은 이후 시작된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은 대서양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가고 있다.

GM과 포드는 오는 2008년까지 각각 북미 12개, 6개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며 포드는 2012년까지 추가로 8개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대신 한국 등 아시아업체가 주력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수익을 내고 있는 유럽 자동차업계도 미국 업계의 몰락을 교훈삼아 미리 안전장치를 하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과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이 잇따라 인원 감축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유럽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4분의 1을 만드는 독일에서만 4만5000명이 넘는 일자리에 대한 축소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장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동결은 원가절감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하다.
생산성 향상 등 구성원 모두가 안개등을 켜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세계 7위인 현대차로서는 선두권으로 도약하느냐, 상위권의 문턱에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제 극복에 못지 않게 구성원 모두가 안개등을 켜야 할 때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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