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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종의 아프리카 미술 산책]87년 여성들 사이서 시작 자수 놓거나 염료로 그려



웨야 아트는 1987년 짐바브웨의 작은 촌락공동체의 여인네들 사이에서 일어난 미술운동이며, 이 마을 커뮤니티의 트레이닝 센터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독일인 화가 일스 노이(Ilse Noy)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 마을 공동체 내의 커뮤니티에는 지역 여성 인력계발을 위한 직업훈련소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훈련소에서 주로 다루던 것이 양제였다. 옷을 만드는 과정을 가르치고 배우던 사람들 사이에서 뭔가 기능적인 일보다 창조적인 작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이 말하자면 웨야 아트의 시작이며, 거기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지도하면서 스타일을 완성해 온 인물이 일스 노이였던 것이다.

웨야 아트의 작품들은 크게 자투리 천을 이용한 아플리케(Applique)와 합판 위에 그려지는 보드 페인팅(Board Painting), 두꺼운 천위에 염료로 그려지는 삿자 페인팅(Sadza Painting) 세 종류로 구분된다. 커뮤니티를 통해 작품이 처음 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웨야 아트의 아티스트들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이라는 제한된 특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일부의 남성들이 커뮤니티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개성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남성들의 작업은 주로 보드 페인팅 분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단 몇 명의 작가만이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웨야 아트의 작품들이 커뮤니티를 벗어나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였던 것은 90년대 초반이다. 수도 하라레의 콜드 컴포트 농장 조합(Cold Comfort Farm Trust)에서 운영하는 아몽 숑게(Among Shonge) 갤러리와 짐바브웨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Zimbabwe)에서의 전시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장르를 초월한 독특한 예술양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짐바브웨의 대표적 문화상품인 쇼나 조각에 비하면 국제적 인지도가 아직 미미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이긴 하지만, 내용으로만 보자면 쇼나 조각 못지않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짐바브웨의 문화적 자산으로 각광받을 만한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웨야 아트의 작품들은 주로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의 기반 위에서 빚어지는 농촌생활과 소박한 일상의 풍경들을 담고 있다. 웨야 아트는 몇 가지 점에서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든 작품들이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작품에 작가가 손수 적어놓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플리케는 작품 전면에, 삿자 페인팅은 작품 뒷면의 작은 주머니 속에 스토리 페이퍼가 담겨 있고, 보드 페인팅의 경우는 작품 뒷면에 부착되어 있다.

작품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그 이야기들은 시골에서의 일상과 일상 속에서 겪는 개인의 기쁨과 슬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담과 전통적인 풍습 등을 장식적 수사 없이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마치 그림일기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어낼 때의 감동처럼 물질문명에 물들지 않은 아프리카 촌락사회의 담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웨야 아트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양식이 아플리케인데, 흔히 자수 기법과 혼용되어 제작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촌락사회의 일상생활 중에서도 여성의 가사 노동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제한적이거나 터부시되던 주제들과 개인의 사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되어지고 있다.

보드 페인팅은 주로 합판을 이용해 작업이 이루어지며, 프레임이 있는 경우 프레임 위까지 그림이 그려진다. 3차원적인 입체감을 표현하는 스타일과 화면을 꽉 차게 그리는 말랑가타나 스타일(Malangatana Style) 등이 있다. 이 외에 지도 위에 드로잉을 하고 나무 판넬 위에 배접해서 바니시로 마무리하는 드로잉 기법이 있는데, 지도의 기하학적 패턴들을 배경으로 독특한 색감을 연출한다.

웨야 아트의 작품들의 매우 독특해서 다른 지역의 미술작품들, 이를테면 탄자니아의 팅가팅가 (Tingatinga) 페인팅이나 보츠와나의 부시먼 페인팅과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는 하지만, 웨야 아트 가운데 가장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꼽는다면 삿자 페인팅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우갈리라고도 불리는 삿자는 옥수수 반죽을 익힌 음식으로 짐바브웨의 주식이라 할 수 있다. 초기에 이 삿자를 풀로 끓여 바르고 바르지 않은 면을 염색용 안료로 채색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쳐 작품을 제작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염료만을 이용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물감이 아닌 염료를 사용해 두꺼운 천위에 그리는 그림을 삿자 페인팅이라 한다.

/터치아프리카 대표·시인

touchafr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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