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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부자학]‘情’을 파는 한국인의 상술



장사를 잘하기로 유명한 민족인 유대인과 중국인. 그들의 상술과 한국인의 상술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에서 바나나 장사를 한다고 치자. 유대인은 바나나를 다발로 파는 것이 아니라 낱개로 잘라서 판다. 그것도 하나씩 포장을 해서 손님들의 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한다. 그리고 정확한 수치에 근거해 수요예측을 하고 과학적인 재고관리를 한다. 반면 중국인은 바나나를 살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린다.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팔고 없으면 안 팔겠다는 각오다. 결국 대량의 상품을 폐기처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익을 극대화시킨다. 중국인은 이것을 ‘땀의 상술’ 또는 ‘인내의 상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들과 다르다. 어차피 바나나는 오래 두면 물러지고 상하니까 주로 ‘떨이’를 한다. 이는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장점도 있고, 적당한 에누리로서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실제 미국 사회의 야채시장과 생선시장을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런 ‘떨이‘의 위력 때문이다. ‘떨이방식’은 자금회전도 빠르고 사업의 성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어느 민족도 가지지 못한 우리 민족만의 강점은 바로 ‘인정을 심는 상술’에 있다. 누가 봐도 탐이 날만한 물건을, 그것도 ‘정’까지 두둑하게 얹어서 판다.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는 에누리도 많이 해주고, 덤으로 물건을 몇개 끼워주기도 한다. 장사꾼이 인심이 후하면 단골고객이 는다. ‘인정을 심는 상술’은 단골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고, 단골고객이 데려오는 고객까지도 단숨에 휘어잡는다.

‘떨이방식’과 함께 우리의 자랑인 ‘인정의 상술’은 아주 오랫동안 장터에서 통용되었던 우리만의 독특한 상술이다.

한국인의 상혼, 상리, 상술을 종합한 ‘한국인 부자학의 결정판’이 나왔다. ‘인터빌 하우스’ 대표인 저자 김송본은 이 책 ‘한국인의 부자학’에서 곧은 뜻과 절조가 밴 한국인의 상인정신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빚은 이 책은 ‘진짜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는 한국인만의 고유한 상인정신 복원을 주장하며 우리 역사 속의 상인정신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뒷골목의 찬거리 장수로부터는 단골마케팅을, 주막에서는 외식사업 노하우를, 원효에게서는 입소문마케팅을, 개성상인에게서는 돈거래 방식과 부자 근성을, 토정 이지함으로부터는 부자 체질 감별법을, 장돌뱅이에게서는 장사가 잘되는 원칙을 배우자고 각각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부자가 되려면 부자의 정신을 가지라고 주문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부자정신의 핵심은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생활태도, 개성상인의 상혼, 그리고 장돌뱅이의 근면성과 지혜다. 부자 되는 방법을 서구의 경영학이론이나 마케팅이론에서만 찾으려 하는 현대인들. 부자되는 방법을 멀리서 찾지 말자. 우리에게는 그 옛날 꿋꿋한 절개와 악착같은 근성으로 큰 부를 일궈냈던 우리네 조상들이 있다.

/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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