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車 위기냐 기회냐]기술개발 올인해야 미래 보장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8 14:36

수정 2014.11.06 11:54



시속 100㎞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후진기어를 넣는 것은 메커니즘상 불가능하다. 차는 정지 상태에서만 후진기어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고속주행에서 후진기어가 작동된다면 차체 분해 및 탑승자 몰살이라는 최악의 사고를 맞게 된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산업은 기계 작동법칙을 무시한 채 고속 레이싱 게임에서 후진기어를 넣으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업체가 자멸하고 국가경쟁력 후퇴가 뻔한데도 말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오는 2010년을 목표로 치열한 몸집불리기와 기술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일본·독일·미국·중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는 명제 아래 대대적인 생산규모 극대화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이제는 ‘파이’를 나눠먹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품질 및 기술력면에서 잇단 호평을 받고 있고 현대차의 경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마당에 임금 인상, 비정규직 규제 완화, 부품 단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노조와 협력사의 단기적 이익 요구에 굴복한 미국 자동차업계와 적극 대처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명암’을 현시점에서 되새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누적된 근로자 연금 및 의료보장 부담을 이기지 못한 GM과 포드는 대대적 구조조정 상황을 맞이해 결국 세계 경제 패권국가로서의 미국 위상마저 위태롭게 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노사간 윈-윈 관계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일본 장기불황을 극복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전자, 기계, 화학 등 대형 산업보다 자동차산업 하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위력적이다.

2004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국내 총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세수면에서 2003년 기준으로 16.9%를 차지해 국가 재원 조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막대하다. 자동차 관련 제조업의 직접적인 고용은 28만명에 달한다. 특히 부품, 판매, 정비, 서비스 등 간접적인 고용인원을 포함하면 총 153만명에 달한다. 국내 총 취업자 1460만명의 10.4%가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국가 산업구조에 미치는 파장 효과도 상상을 초월한다. 2만∼3만개 부품으로 조립되는 특성상 철강, 기계, 전자, 전기, 플라스틱 등 타 업종에 미치는 전후방산업 연관효과가 막대하다. 유통단계에서도 금융, 보험업, 자동차판매업, 광고업, 중고차매매업 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소비단계에서도 운송업, 정비, 유류판매, 건설업 등과 폭넓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한 국가의 자동차 산업이 흔들릴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한순간에 붕괴되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운명이 2010년에 판가름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2010년까지 자동차 생산 100만대 체제를 갖춰 ‘빅5’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생산력 극대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갈수록 생산 대비 높아져가는 임금 상승률을 비롯해 원가 상승, 생산 효율성 저하를 해소시키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와 달리 한국 자동차 타도를 외치고 있는 전세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대대적인 전략적 제휴를 맺어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 BMW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해 GM 방식의 구동시스템을 축으로 엔진과 모터 제어기술, 모터 소형화 기술 등을 본격적으로 공동개발키로 했다. 도요타와 GM도 최근 협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한 상호 협력관계에 대해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는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및 브랜드 강화를 위해 홀로 뛰고 있다. 또 2010년 목표 달성과 본격적인 레이스에 대비해 쏟아부어야 할 자금과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은 규모, 독일 등 유럽차는 기술력과 디자인, 일본차는 전장 부문에서 이미 세계 선두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 자동차 업체는 자사의 성장 여부가 자국의 고용, 1인당 국민소득, 복지 등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경쟁력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자동차업계는 저렴한 가격에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능의 차량을 만들어낸다는 것 외에 내세울 게 없는 초라한 입장이다. 당장의 수익은 몽땅 향후 신차 개발, 해외 공장 확장, 브랜드 향상, 디자인 개선 등에 투자해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격 경영을 펼치지 않으면 향후 자동차산업을 바라보고 있는 전자, 기계, 화학 등 전 산업의 동반 추락도 불보듯 뻔하다.

2010년 한국 자동차산업의 메이저 대열 진입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앞으로 4년 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조의 인식 전환 및 차업계의 비상경영 강도에 따라 국가경쟁력의 성적표도 분수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