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물러나고 봄 기운이 완연한 데도 국제유가는 여전히 60달러대를 육박하면서 '고유가' 상황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석유, 가스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확보가 국가 사활의 문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원외교에 나서 아프리카 산유국 나이지리아를 국빈방문했다.
정부는 원유 등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주고 사오던 데서 벗어나 자원 보유국들이 원하는 각종 인프라를 제공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러시아·극동, 동남아시아 등 전세계 오지에서 자원 확보에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에너지 일꾼들을 찾아 현지 상황과 전략을 점검하고 정부 차원의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자원개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미지의 자원 대륙 아프리카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첫 자원외교 대상 지역으로 아프리카를 정했고 9일 산유국 나이지리아를 국빈 방문했다.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도 기아와 각종 질병 등으로 후진국으로 각인돼 있으나 전세계 석유의 9.4%(1122억배럴), 가스의 7.8%(496조 입방피트)가 묻혀있는 자원의 보고라는 점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서아프리카 지역은 지난 90년대 이후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이 심해저 유전개발에 나서면서 석유개발 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대통령이 나이지리아와 알제리를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이지리아는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343억배럴, 하루 생산량이 236만배럴에 이르는 아프리카 국가 중 최대의 산유국이다. 여기에 알제리와 리비아도 하루 각각 190만배럴, 16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이들 3개국은 아프리카 산유국 ‘빅3’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아쉽게도 석유 메이저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미국의 엑슨모빌이 2003∼2011년까지 110억달러를 투자해 여러개의 유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영국의 쉘과 미국의 쉐브론 텍사코도 심해 유전에 각각 27억달러, 40억달러를 투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석유공사, SK 등이 지난 90년에 들어서야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시작해 현재 리비아, 이집트, 베냉 등 7개국에서 10여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투자액은 지난해 6월 기준 4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초기에는 투자 위험성 때문에 생산광구에 대한 지분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지난 2004년 석유공사가 베냉 해상 2·3 광구에 각각 80% 지분을 가지고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등 탐사광구에 대한 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노대통령의 아프리카 산유국 순방은 한국과 이들 산유국과의 석유, 가스 개발협력을 더욱 더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부상하는 아시아 전력시장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전력 사정이 열악한 동남아의 후발 개발도상국들과 경제성장으로 매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은 새로운 전력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최대의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향후 국내 전력수요 증가율이 2∼3%대로 정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새로운 시장개척을 통한 수익원 창출을 위해 일찍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력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은 우선 아시아에서는 2009년까지 필리핀에 총 2850㎿(1㎿=1000㎾)의 발전설비를 갖춰 전력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필리핀 세부에 200㎿급의 석탄화력발전소 착공식을 갖고 200㎿급의 나가 발전소에 대한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며 600㎿의 일리한발전소 증설사업 양해각서(MOU)도 체결하는 등 필리핀에서 한전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놨다. 이길구 필리핀 현지법인 사장은 “한전의 발전설비는 기존 1850㎿(일리한 발전소 1200㎿, 말라야 발전소 650㎿)에서 2850㎿로 늘어나 필리핀 전체 발전 설비용량(1만5120㎿)의 18.8%를 점유, 1위 업체인 미국의 미란트(3150㎿)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미란트에 이어 제2의 민간발전사업자이며 순이익 규모로는 필리핀 10대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한전은 연평균 10%의 전력성장률을 보이면서 전력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3000만㎾ 이상의 발전설비를 확충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큰 전력시장으로 부상했다. 한전은 허난성 우즈에서 10만㎾의 열병합발전소 착공식을 가진데 이어 허난성 지아주오시에 60만㎾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에 대한 투자협의서를 체결하고 중국 최대 발전사인 다탕 집단공사와 발전사업에 대한 협정을 맺었다.
한전은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하면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가진 한국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또 한전 주도하에 발전자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지분참여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유전의 바다’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스피해는 북쪽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서쪽으로 아제르바이잔, 동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남쪽으로 이란과 맞닿아 있는 ‘유전의 바다’. 카스피해지역의 원유 추정 매장량은 2600억배럴, 천연가스는 258조입방피트로 원유는 전 세계가 10년, 천연가스는 9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카스피해는 사면이 육지로 막혀있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에 유조선을 통한 수출을 위해서는 지중해 등지의 항구까지 송유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옛 소련 시절에 건설된 카스피해 지역의 송유관은 러시아를 경유해 주요 도시나 동유럽으로 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서구 자본이 들어오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시작,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세이한’항을 연결하는 BTC송유관이 건설되면서 서방 석유 메이저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러시아와 새로운 석유 루트를 확보하려는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 국가중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에는 920억배럴의 원유가 묻혀있으며 해상지역에만 약 120여개의 유망구조가 있다. 특히 단일구조로 가장 큰 카샤간 광구는 확인매장량만 100억배럴에 이르며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지역에서 발견된 구조 중 세계에서 7번째로 크다. 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추정매장량 16억배럴의 잠빌광구(지분 27%)를 비롯, 볼즈(31억배럴, 35%), 쥬반탐(5억배럴, 51%), 아다(5억5000만배럴, 22.5%) 광구 등에 대한 탐사, 개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자원의 보고 러시아·극동지역
세계의 에너지 확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2위의 석유생산국이며 세계 1위의 가스생산국인 러시아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동서로 약 9000㎞, 남북이 약 4000㎞인 광대한 나라인 러시아는 다양한 지질구조가 발달해 거의 모든 종류의 자원을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하루 9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650만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앞으로 10년간 약 4∼5%의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되며 오는 2015년 러시아의 세계석유시장 점유율은 10∼11%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 러시아는 천연가스 부국.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26%를 차지하는 러시아는 해마다 5900억㎥의 천연가스를 생산, 유럽지역 등에 공급하고 있다. 독일(39%), 프랑스( 22%), 이탈리아(28%), 헝가리(68%), 터키(60%) 등은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의 가스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 가스산업은 사유화된 석유 분야와는 달리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사가 가스의 생산, 운송, 배급, 수출에 있어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프롬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생산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고 수출할 때는 높은 가격을 적용하는 이중 가격제를 유지하고 있다.
/ hjkim@fnnews.com 김홍재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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