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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종의 아프리카 미술 산책]‘관목人’ 탄생신화 기원 상상력·독창성 뛰어나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4 14:37

수정 2014.11.06 11:49



오랜 세월 동안 마콘데 부족은 동부아프리카의 사바나 고원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점차 주거지역을 북쪽지방의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의 해안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소규모의 부락들을 형성해감에 따라, 그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일거리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시 그들이 생각해냈던 것은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장려하고 보급하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예술을 보급하는 일에 종사하게 되면서 마콘데 조각은 부족의 울타리를 넘어 동부아프리카는 물론 아프리카 전역에 퍼지게 되었으며, 점차 국제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마콘데 조각의 위상은 동부아프리카 미술의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힐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뉴욕과 런던의 아트 갤러리들은 물론 유럽 미술계의 주요 컬렉션 품목에 빠지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조각과 관련한 마콘데 부족의 풍부한 문화적 자산과 그 우수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던 건 19세기말부터였다.
부족 내에서 전통적으로 제작되어 오던 마스크나 인물상들의 조형미도 훌륭했지만, 이후 개개인의 탁월한 기량과 조형적 상상력, 그리고 독창성을 겸비한 직업적 조각가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마콘데 조각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문적 콜렉터들이 나타나고 세계의 저명한 박물관 소장품 목록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때를 같이 한다.

마콘데 조각의 전통은 물론 이 시기 훨씬 이전부터 형성되어 온 것으로, 마콘데 부족의 탄생신화에는 훗날 펼쳐질 조각예술의 부흥을 예고하고 있다. 신화에 의하면, 태초에 강가에서 외롭게 살고 있던 한 존재가 어느날 나무기둥을 하나 가져와 여인상을 만들어 집 옆 양지바른 곳에 놓아두었는데, 이튿날 조각이 여인으로 변해있었다. 곧 조각을 만들었던 존재자는 그 여인을 아내로 받아들였으며, 둘 사이에서 생겨난 아이가 말하자면, 마콘데 부족의 시조가 되었다. 이 말은 즉, 마콘데 부족이 조각에 영혼이 스며 생겨난 사람들임을 의미한다. 신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최초의 존재자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이는 태어난 지 3일 뒤에 죽고 만다. 아내의 요청에 의해 집을 강가에서 갈대들이 자라는 더 높은 장소로 옮긴 뒤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나 그 아이 또한 3일 후에 죽고 말았다. 아내는 다시 집을 울창한 관목이 자라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기기를 희망한다. 다시 집을 옮긴 뒤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났으며, 그 아이가 건강히 자라 최초의 마콘데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 관목 숲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관목이 조각의 재료이고, 시조의 어미가 생명이 깃든 조각상이었음을 감안하면 신화는 마콘데 부족과 조각의 전통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화는 오늘날까지 마콘데 예술의 주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으며, 여인은 신화뿐만이 아니라, 종교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각의 재료는 흔히 모잠비크 흑단이나 에보니(ebony)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콘데인들이 음핑고(Mpingo)라고 부르는 블랙우드(Blackwood)다. 아름드리 블랙우드를 톱으로 자른 다음 까뀌를 이용해 대략의 윤곽을 만들어낸다. 망치와 끌 그 밖의 도구가 특별한 효과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매끄러운 광택이 필요한 부분은 사포를 이용하기도 하며 조각의 보존을 위해 기름칠을 하기도 한다.

현대 마콘데 조각은 크게 비나다무(binadamu), 우자마(ujamaa) 그리고 쉐타니(shetani) 세 장르로 나뉘어 형상화 되어지고 있다. 비나다무 조각 스타일은 전통사회 속에서의 일상의 모습을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패밀리 트리(Family Tree)라고도 불리는 우자마는 이리저리 얽힌 군중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으며, 정교하면서도 마치 춤을 추고 있는 상태로 꽉 맞물려진 형상들처럼 활동적이며 생생한 율동감을 전해준다. ‘형제애, 단합, 협력, 단일’ 등을 뜻하는 우자마는 동부아프리카의 정치적 독립과 더불어 화제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쉐타니는 ‘영혼’이나 ‘귀신’, ‘마귀’를 의미하는데, 기독교적 의미에서의 악마라기보다는 우리 식의 ‘도깨비’라는 표현에 더 적합한 개념이다. 조각가들에게 쉐타니의 세계는 그들의 예술을 이끌어내는 풍부하고도 끊이지 않는 원천이기도 하다.


/터치아프리카 대표·시인

touchafr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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