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신용카드, 증권 등 금융 권역별로 또다시 과당·출혈 경쟁이 고개를 들면서 ‘레드오션’에 휩쓸릴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당 경쟁에 따른 공멸 가능성을 우려해 ‘블루오션’ 바람이 불었던 게 언제인가 싶게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은행들이 앞다퉈 외형 불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몸집을 키우는 과열 경쟁이 지속되면 은행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다른 권역들도 경영 여건 악화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다퉈 대출 확장…몸집 불리기 급급
국내 은행들은 잠재성장률 둔화와 경쟁 심화로 국내 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세와 부동산 경기 회복을 등에 업고 앞다퉈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끌어 내리며 대출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가계대출은 37조1000억원으로 한달 만에 2조9000억원 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중소기업 대출도 올 1,2월에만 5조7000억원이 늘어 은행들의 경쟁적인 대출 확장세를 드러냈다. 별다른 수익창구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중기 대출쪽에 영업력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역마진을 감수하는 은행간 과열 가격경쟁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강권석 기업은행장), ‘연체율이 많이 올라가면 전투 중지를 명령할 것’(황영기 우리은행장)이란 은행장들의 잇단 발언도 이같은 위기감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 인상 추세에도 불구, 예대마진은 지난해 11월(2.41%) 이후 계속 축소돼 1월에는 2.38%로 내려갔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간 출혈 경쟁으로 순이자 마진이 과도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 향방에 따라 은행권 순위가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은행간 경쟁은 사활을 거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첨예한 인수합병(M&A) 이슈와 맞물려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욕구들이 분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드·보험사도 물고 물리는 과당경쟁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부실을 자초했다가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신용카드사들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기가 무섭게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시장 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원 유치는 물론, 자동차카드, 모바일결제, 선불형 카드 등을 둘러싼 각축이 치열하다. 경쟁업체의 광고와 영업 행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히 외국계 카드사의 진출은 전업카드사들의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 스스로 과당 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게 바람직스럽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길거리 모집 등의 발상은 이젠 안 된다”면서 경쟁 심화 추세에 선제 대응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형사의 점유율이 확대 일로인 보험권역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손보사들의 경우 손해율 급상승에도 불구,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베끼기’ 상품의 출시 논란이 계속돼 왔으며 온라인 자보 시장까지 본격 경쟁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게다가 농협의 보험시장 진출을 둘러싸고 날선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증권도 과당 경쟁 및 차별화 실패로 낮은 부가가치에 함몰돼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시장 경쟁 정도를 보여주는 HHI 지수가 증권사는 596, 자산운용사는 542로 과당 경쟁 상태에 처해 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우 성장 모멘텀이 줄면서 과거에 비해 새로운 고객이나 자산증가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카드사 역시 은행계는 경쟁을 통해 더 이상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곤란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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