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발상의 전환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면서 빗대어 한 말이다.
당시 후꾸다 고문이 삼성의 디자인 부문 문제점 등을 지적한 ‘경영과 디자인’ 보고서에 이어 ‘세탁기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기업생존의 위기감을 일깨웠고, 이는 이회장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서 삼성에 일대 수술을 단행하는 계기가 됐다.
후꾸다 보고서에서는 주먹구구식 도안으로 상품디자인 개념자체가 없는 문제점 등을 지적했고, 세탁기 비디오테이프에는 허술하게 제조되고 있는 세탁기 생산과정이 담겨있었다.
이회장의 호통섞인 전화에 삼성 핵심 경영진 200여명이 프랑크푸르트로 모인 가운데 ‘신경영’이 선언됐고, 이후 6시그마,SCM(공급망 관리) 등 경영혁신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도입돼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비상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이는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이 곧 생존이라는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일화로 전해지면서 아직까지 ‘삼성의 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 변해야 생존한다
글로벌 경쟁심화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이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하락,유가불안, EU상계관세 등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을 지속해 온 기업들은 이러한 외풍에도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굴지의 국내기업들이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지속적인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지금도 기업체질에 맞는 혁신프로그램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혁신프로그램으로 꼽히는 것은 ‘6시그마’ 운동이다. 세계적인 포천 500대 기업중 40%이상이 6시그마 경영을 도입할 정도로 그 효과는 정평이 나 있을 정도. 국내에 도입된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국내 제조업체 뿐만아니라 금융,서비스 및 공공 부문으로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혁신프로그램인 SCM역시 6시그마를 한단계 발전시킨 개념이다. SCM이란 실제 판매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첨단 재고 관리 방식을 말한다. 반도체 사업장과 디지털 미디어,정보통신 사업장은 물론 전 세계 60개 법인이 실시간으로 경영정보를 주고받는 SCM,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RP) 등으로 최강의 경영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상당한 유무형의 비용절감 효과와 설계,구매,생산,영업 등 업무의 스피드와 효율 배가시켜 수천억원의 부가가치를 가져온다. 또한 삼성전자는 6시그마 교육과 실천을 독려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또한 지난 99년 10월 전사적인 6시그마 혁신 추진을 선언한 이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차 관계자는 “ 6시그마를 도입하기 위해 시작한 사내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000년에서 2005년 까지 약 6200여명 (현대·기아 전체 일반직 직원의 31%)의 사내 인력을 양성했고 같은기간 매년 700∼800억원 수준의 재무개선효과를 달성하고 있다”며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과 사내 평가 기준을 마련해 전 사원을 6시그마 사내 인증 인력으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판매생산 최적화 (SCMoOTD),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체계(SEM),고객관리제도개선(CRM),설비관리개선(PM),인사제도개선(HR), 재무원가관리개선(FCM),변화관리(CM) 등의 프로그램으로 혁신에 대한 공개적이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참여를 유도해 혁신 문화를 이뤄 나가고 있다.
■ LG전자 김부회장, 한방에 끝내라
LG전자 김쌍수부회장은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방에 끝낸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김부회장이 강조한 혁신 10계명중 하나로 ‘주먹밥 사고’로도 통하고 있다. LG전자 고유의 경영혁신 툴로 두축을 이루고 있는 TDR(Tear Down and Redesign)과 DMS(Digital Manufacturing System) 역시 이러한 주먹밥사고에서 비롯됐다.
김부회장은 TDR을 ‘밥과 반찬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주먹밥’처럼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아주 간단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TDR은 각 분야의 전문 인재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구성해 과제를 ‘한방에 끝내는’ 프로젝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TDR 룸에서 못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를 통해 에어컨,세탁기,리빙사업부에서 10초마다 한대씩 제품을 생산하는 10초라인을 달성한데 이어 모터,컴프레서 등 부품은 양산속도를 5초로 줄여 부품에서 세계최초로 5초의 벽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뤘다.
DMS는 최적의 생산시스템 기획과 제품구조 혁신으로 생산성을 극대화를 실현하자는 혁신프로그램이다. 세탁기 사업부의 경우 지난 2001년 개발에서 생산,판매까지 전부분에 걸친 DMS 활동으로 드럼제조원가율 30%개선,개발리드타임 30%단축,연평균 생산성 60%를 향상시키는 등 큰 성과를 나타냈다.
한편, LG전자는 혁신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창원,구미,평택공장에 혁신학교를 만든 가운데 임원을 포함한 3만명의 전직원이 수료하는 등 혁신활동을 통한 글로벌 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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