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야구대표팀 ‘닮은꼴’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21 14:38

수정 2014.11.06 09:18



국가대표급 기업인 삼성전자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이 서로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와 화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와 WBC에서 4강에 오른 한국야구 대표팀은 ▲상징적인 색깔(파란색) ▲리더의 경영 스타일 ▲구성원들의 팀플레이 ▲위기관리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6일 국가정보원 초청강연에서 “한국이 WBC에서 승승장구한 것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역경을 딛고 성공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삼성전자와 WBC 한국야구팀의 경영전략이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파란색 미래 경영

WBC 한국대표팀의 유니폼이 파란색이기 때문에 때아닌 ‘파랑 열풍’이 일고 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빨강 열풍’이 일어났듯이 이번 WBC에서는 온 나라가 ‘파랑 열풍’에 휩싸인 것.

공교롭게도 삼성의 기업 로고도 파란색으로 서로 닮았다. 삼성이 WBC로 인한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이유다.


삼성의 로고는 이건희 회장의 주도아래 지난 1993년 ‘제2창업 선언’과 함께 채택했다. 삼성 로고의 파란색은 미래, 희망, 사회에 대한 책임 등을 상징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하자는 ‘상시 비상경영’과 사회에 공헌하자는 ‘상생경영’이 파란색에 담겨있다.

게다가 WBC 한국대표팀의 파란색 유니폼은 삼성이 운영하는 야구단인 삼성라이온스의 유니폼과도 엇비슷해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더욱이 이번 WBC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오승환, 배영수, 박진만 선수 등이 삼성라이온스 소속이다.

특히 한국대표팀의 MVP격인 이승엽 선수가 일본진출 직전 입었던 삼성라이온스의 유니폼도 파란색이다. 아직도 ‘이승엽=삼성’이란 등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선수가 한때 삼성증권의 광고모델로 활동해 삼성전자는 간접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병중 리더의 ‘믿음경영’

WBC 한국팀 선전의 중심에는 리더인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자리잡고 있다. 김감독은 뇌졸중을 앓아 거동이 불편한데도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한국대표팀을 4강까지 올려놓았다.

김감독의 ‘믿음 야구’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상생 경영’ 또는 ‘맡기는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과거 폐암수술을 받았던 이회장은 거동이 불편할 만큼 건강이 나쁘지만 경영일선에서 ‘총감독’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이회장은 윤종용 부회장, 이학수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기는 경영’을 펼쳐 더욱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포천지 선정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27위’와 ‘2006 세계 올스타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이회장의 병중 리더십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스타급 CEO들의 팀플레이

삼성전자 스타급 총괄사장들의 팀플레이도 WBC 한국대표팀 스타급 선수들의 활약과 사뭇 닮았다. 몸값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박찬호, 이승엽, 최희섭 등 스타급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팀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내 스타로 꼽히는 ‘애니콜 신화’의 정보통신총괄 이기태 사장과 ‘황의 법칙’의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 생활가전총괄 이현봉 사장, LCD총괄 이상완 사장, 경영지원총괄 최도석 사장 등도 수십억원대 연봉으로 WBC 대표팀의 메이저급 선수들과 다를 게 없다.

이 CEO들은 시즌마다 치열한 실적다툼을 벌이는 라이벌이면서도 삼성전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선발 라인업’으로 나서 연간 57조6000억원의 매출과 12조원의 영업이익을 합작해 내는 동지다.

■뒷문 틀어막는 위기관리능력

위기시 대처능력도 삼성과 WBC 한국 대표팀은 닮아있다. 한국팀은 위기 때마다 특급 소방수인 박찬호, 구대성, 김병현, 오승환 등 특급 구원진을 내세워 철벽 방어를 선보였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도 일명 ‘X파일’ 등 다양한 외환에 직면했으나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한 구조조정본부가 ‘구원투수’로 나서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했다. 지난해 삼성 구조본은 X파일사건으로 극에 달한 ‘반 삼성’ 정서를 단기간에 무리없이 진화하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삼성이 선뜻 쾌척한 사회공헌자금 8000억원도 구조본이 고심끝에 던진 뒷문 틀어막기식 ‘9회말 결정구’다.

/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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