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입으로만 하는 정책?’
청와대가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20일 공식성명을 통해 “부동산 투기 기승부릴 날이 얼마 안남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데 대해 한 네티즌이 쏟아낸 냉소적 댓글이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과 A조 예선에서 마주친 일본팀의 에이스 ‘이치로’ 선수가 “앞으로 30년 동안은 한국이 일본을 넘볼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볼썽 사납게 2연패 당하자 ‘일본의 야구는 입으로만 하는 야구인가?’라고 써붙였던 ‘플래카드’를 빗댄 글이다.
네티즌의 댓글처럼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묘한 오기와 자만에 차 있다는 점에서 ‘이치로’ 선수의 망언사태와 무척이나 닮아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체의 98%는 전반적으로 ‘8·31 체제’에 포괄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8·31 정책이 흔들리지만 않고 시행된다면 5년 이내, 아무리 길어도 10년이면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특히 정부는 “그런 점에서 8·31 정책은 실패하지도 않았고 실패하지도 않을 것이며 실패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누가 뭐라든 현실이 어떻든 ‘기어코 잡고 말겠다’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과 고집을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아직 뚜껑도 제대로 열지 못한 강남 재건축 규제의 여파는 서울 목동일대 집값을 강남수준에 버금가게 올려놓고 있다. 강남은 물론이고 경기 분당과 용인 일대도 판교분양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꺾일줄 모르고 있다. 정부가 타깃으로 잡았던 강남권 집값이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가 일컫는 나머지 98% 지역은 정부 조치가 아니더라도 공급이 원활해 애초 걱정할만한게 되지 못했다.
이치로 선수는 우습게 봤던 한국에 2연패를 당한 뒤에야 ‘인생에서 가장 치욕적인 날’이라며 처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인들에게는 또다른 반감거리가 됐지만 그 자신에게는 자신을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말이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우리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과 실무자들은 ‘무조건 힘으로 잡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 현실과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혼란스러운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는 당장 점수를 내기위해 안달난 ‘방망이질’보다 시장을 크게 보고 부드럽게 휘두르는 ‘홈런’이 필요하다.
/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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