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 사람들이 즐기던 차투랑가는 4명이 각각 킹 1개, 룩 1개, 나이트 1개, 어핀 1개, 폰 4개 등 모두 8개의 기물을 갖고 게임을 시작했다. 페르시아에서 2인용 게임 샤트랑으로 변환될 때 모든 기물의 수가 좌우 대칭으로 2배가 됐지만 킹만은 같은 편에 둘이 존재할 수 없어 퍼스(재상)라는 기물이 추가됐다.
차투랑가의 킹, 룩, 나이트는 근대 체스와 행마법이 동일했으나 어핀은 오늘날의 비숍과 조금 다르게 대각선으로 2칸씩만 뛰어 넘을 수 있었다. 페르시아인들이 추가시킨 퍼스도 지금의 퀸과 달리 대각선으로 1칸씩만 다니는 비교적 약한 기물이었다.
그 후로 아랍인들은 어핀을 코끼리로 대체했고 16세기 중엽 스페인인들은 다시 코끼리를 비숍으로 바꿨다.
비숍은 이제 대각선으로 맘 껏 달릴 수 있는 장거리 기물로 변신했고 퀸은 직선과 대각선을 맘 껏 달리는 초강력 슈퍼파워가 됐다.
폰이 2칸 전진하는 룰도 추가되면서 스페인인들의 손을 거친 체스는 고리타분한 장기전에서 초반 한수의 실수에도 체크메이트 당할 수 있는 속전속결의 승부가 됐다. 다혈질의 성질 급한 이베리아인들의 특성이 체스에 배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체스가 상대방 킹을 잡아먹는 야만적(?) 게임에서 체크메이트를 시키는, 기술적이고 신사적인 게임으로 승화시킨 것은 중세 아랍인들이었다. 그 후 체스를 전수 받은 유럽인들은 ‘기사도’ ‘신사도’라는 명목 아래 체스의 이런 정신을 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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