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가격만 올린 외환銀 인수전/한민정기자

한민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26 14:39

수정 2014.11.06 08:53



외환은행 인수전이 우여곡절 끝에 국민은행의 우선인수 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일단락됐다.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벌인 치열한 경쟁은 결국 가격만 껑충 올려놓은 채 막을 내렸다. 그만큼 좋은 매물이라는 뜻이겠지만 무언가 뒷맛이 씁쓸하다.

우선인수 협상 대상자가 결정되기 이전부터 금융권에서는 재차 정부 개입과 관치의혹이 제기됐고 독과점 부문에서는 루머가 극에 달했다. 금감위원장이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선택은 시장이 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다.

외환은행 매각이 완벽하게 시장의 논리로만 이뤄졌다면 국민은행이 제시한 턱없이 높은 가격은 더욱 의문스럽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법규 위반 문제와 스타타워 빌딩의 매각시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보여 대단히 불안해했다는 게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 협상을 맡았던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론스타가 검찰 수사 등으로 지나치게 ‘신경과민이라서(nervous)’ 추후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지분인수 의향서에 가격(1만5400원)을 명시해 표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상식적으로는 론스타가 그렇게 검찰 수사 등에 대해 불안해했다면 시간을 끌수록 외환은행의 매각 가격은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수조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의 규모도 줄일 수 있다. 유망한 매물을 돈을 적게 들이고도 살 수 있는데 굳이 피해갈 필요가 있었을까. 국민은행측은 금감위가 국민은행의 독과점을 언급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아니고 공정위를 자극할 수 있어 결코 정부의 의지가 개입한게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빅딜에는 항상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음모론도 따라 붙을 수 있다. 그러나 인수과정에서 이런 사실 하나 만큼은 분명해졌다.
국내 금융시장이 너무 취약하고 외국 투기자본에는 ‘환상적인 놀이공원’이란 점이다. 아직도 상대방에게 빤히 보이는 패를 내주고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덥석 안겨줬다.
사후약방문격이겠지만 미래의 또다른 후회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보완과 성숙한 시장의 자세가 필요하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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