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자신했던 하나금융지주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로 이어지는 4강 구도에서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차지함에 따라 졸지에 1강2중1약의 새로운 구도 속에서 4위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기 이전에도 금융가에서는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갖지 못할 경우 스스로가 매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코너에 몰리게 된 하나지주로서는 좀더 공격적으로 매물을 찾아 나서거나 혹은 내부역량 강화를 통해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LG카드 인수에 생존 여부 달려
종전까지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어서 LG카드 인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자 하나지주로서는 LG카드 인수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일단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대안의 가능성도 항상 열어두고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금융권에서는 김회장의 발언이 LG카드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먹지 못하면 잡아먹히는 ‘정글’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LG카드 인수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와 씨티은행 등 기존 인수 후보자들이 잠시 주춤하고 있어 하나지주로서는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LG카드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하나지주가 무조건 인수전에 참가할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1약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신한이나 우리지주 등 2?3위권 은행들에 호락호락 LG카드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하나지주의 인수전 참여 자체가 LG카드의 가격을 높여놓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높다는 의견이 많은 LG카드의 인수가격이 하나지주측의 경쟁 참여로 더욱 높아질 경우 신한, 우리은행 등 인수전에 참여할 타 은행들도 부담스러워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 여부가 관건
LG카드는 지난 1월 말 현재 실질회원수 988만명, 총자산 11조원으로 하나지주가 인수하게 되면 은행들의 연합체인 BC카드를 제외하고는 전업계 카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하나은행 카드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LG카드를 인수하면 카드부문 점유율이 16∼17%로 업계 2위로 도약하게 된다.
문제는 외환은행 인수전 당시에도 지적됐던 자금 확보 능력이다. LG카드의 시가총액은 6조원대이고 현재 하나은행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38%에 불과하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51%만 인수한다고 해도 3조원이 넘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인수가격은 5조원대가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전에 LG카드 인수시에는 보유지분을 제외하고 51%를 무조건 인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실제 인수가격은 이보다 훨씬 많아질 전망이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서도 자금 부분이 늘 단점으로 지적됐던 하나지주로서는 이번 LG카드 인수에서는 보다 확실한 자금 확보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생존 위한 모든 가능성 타진
하나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80%선으로 높아 계속 4위권에서 지지부진할 경우 대주주인 테마섹과 골드만삭스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과 같은 내부 성장전략을 채택할 수도 있지만 이미 인수합병(M&A)으로 덩치가 커질대로 커진 상위 은행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몸집 불리기가 가능한 M&A를 선호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하나지주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LG카드든 다른 금융기관이든 지방은행이든 인수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LG카드 인수가 불발로 끝날 경우 우리금융지주나 기업은행을 겨냥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하나지주보다 자산이 훨씬 크지만 다른 탈출구가 없는 하나지주로서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 인수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소매금융이 강한 하나은행과 중소기업 영업이 특장점인 기업은행의 결합은 하나지주로서도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차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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