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시공 초월한 사랑의 기억을 말하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29 14:40

수정 2014.11.06 08:41



중국 항저우에서 자동차로 꼬박 3시간을 내달려야 도착하는 헝디엔 스튜디오. 외진 곳에 위치했지만 위상만큼은 세계적인 곳이다. 장이모우의 ‘영웅’ 등 숱한 무협 대작들이 탄생한 중국 무협영화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헝디엔의 주인은 중국이 아닌 한국이었다. 정우성, 김태희가 주연한 판타지 무협 멜로 영화 ‘중천’(제작 나비픽처스)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제작진은 활기에 넘쳤다. 6개월 넘는 기간동안 이곳에 ‘갇혀’ 있던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영화가 완성된다는 기대감에 막바지로 갈수록 힘이 더욱 솟아난다”고 입을 모았다.

오후 8시. 대륙 특유의 차가운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더욱 부산해졌다. 정우성과 허준호의 전투신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촬영은 왕실 퇴마부대였지만 악귀로 변한 처용대의 수장 허준호와 그에게 붙잡힌 김태희를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든 정우성의 마지막 전투 장면이다.

허준호와 검을 맞댄 정우성이 한 바퀴 돌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바로 “컷”을 외치는 조동오 감독. “동작이 너무 빨랐다”고 한다. 다시 이어지는 정우성의 똑같은 자세. 계속해서 컷 사인이 내려진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만큼 OK 사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9번의 NG 끝에 OK 사인이 떨어졌다. 배우들보다 기자들이 더 신난 듯 박수가 쏟아졌다.

극의 마지막 장면만 보면 정통 무협 영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중천’에는 판타지 무협 멜로란 생소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국내 영화사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장르다. 영화제작자인 나비픽처스 조민환 대표는 “판타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의 배경을 현실이 아닌 죽은 자들의 세계인 ‘중천’으로 삼았다”면서 “판타지 무협에 두 남녀의 사랑이 녹아든 새로운 시도의 영화”라고 설명했다. 퇴마사였던 이곽(정우성 분)이 우연히 중천에 흘러 들어가 자신의 옛 사랑과 똑같은 소화(김태희 분)를 만나고, 그녀를 제거하려는 처용대와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지난 2001년 ‘무사’ 이후 무협영화에 다시 도전한 정우성은 “‘중천’은 기존 작품들처럼 비쥬얼과 기술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면서 “전생의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곽을 통해 사랑에 대한 기억을 고찰하게 하는 기억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자신의 첫 영화로 ‘중천’을 선택한 김태희는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가 무엇인지 하나씩 배워 나가고 있다”면서 “소화라는 캐릭터에 빠져들기 위해 배역 분석에 항상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내달 촬영을 마치게 되는 ‘중천’은 컴퓨터그래픽 등 후반부 작업을 거친 후 연말 개봉될 예정이다.

/헝디엔(중국)=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사진설명=영화 '중천'에서 비운의 남녀 주인공을 맡은 정우성(위)과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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