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특별기고]영리의료법인 도입 신중해야/정길진 전북도의회 의장



요즘 사회복지와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영리 의료법인이다.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의료 서비스 산업에 외부 자본의 유입을 허용하고 발생한 이윤을 자본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논거로는 민간부문의 자본 투자로 의료기관 자본 조달 방법을 다원화하고 의료기관 운영에 경영 기법을 적용해 운영의 효율화를 추구하며 의료기관들 간의 경쟁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 및 고용창출 등이 있다.

그러나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문제점들이 우려된다. 첫째, 의료 서비스의 불균등성 심화다. 영리 의료법인의 제일 목표는 투자자의 이익 증대이므로 수익이 많은 치료 위주의 서비스에 집중돼 의료 서비스 전반이 아닌 특정 영역에 국한된 질적 향상이 도모될 것이다. 미국의 영리 의료법인과 비영리 의료법인의 진료 내역 분석 결과에 의하면 영리 의료법인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진료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영역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행정관리 비용의 증가에 따른 한 운영의 비효율성 문제가 있다. 영리 의료법인은 관리 운영비 측면에서 비영리 법인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다. 지난 94년 미국의 지출 데이터를 보면 행정관리 비용은 영리 의료법인이 가장 많이 들었고 비영리 법인, 공공 병원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비에서도 우리나라 지방공사 의료원이 민간위탁 이후, 입원 환자의 일당 진료비가 두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셋째,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영리 의료법인 설립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주장도 미국의 경험을 볼 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유 에스 뉴스앤드 월드리포트’가 매년 의료기관의 질을 평가한 결과, 한결같이 상위 랭킹 1위에서부터 14위까지는 모두 공공 병원 및 비영리 법인이 차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경우, 비영리 법인 상태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5월에 발표된 대한의학회의 ‘의료기술 수준 조사’에 의하면 암 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과 동등했으며 인공 간, 신장, 골수, 조혈모세포 이식술 역시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마지막으로 불투명한 고용창출 효과를 들 수 있다. 영리 의료법인은 수익 극대화 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자 할 것이며 이는 고용 감소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87년과 98년 사이 영리 의료법인으로 전환한 미국 병원들의 경우 수익성이 적은 응급실 폐쇄 등의 방법을 이용해 인건비를 감소시켜 수익성을 늘리고자 했다. 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영리 의료법인이 활성화된 미국의 병상 당 고용 인력은 4.8명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가장 높은 수준인 영국의 5.7명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일반 서민층이 이용하는 건강보험중심과 고소득층이 이용하는 민간보험 중심으로 의료이용 형태가 이분화되며 의료기관 역시 양 축을 중심으로 나뉠 것이다. 의료비 부담이 적은 고소득층의 의료 이용이 늘어나 전체적인 국민 의료비 지출은 증가하고 이를 바라보는 서민층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쌓일 것이다. 이처럼 영리 의료법인 도입은 국민의료 보장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정부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제원리에 입각한 영리 의료법인 도입을 찬성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국가의 의료 보장률이 80%에 이르는 일본도 사람의 생명, 신체 및 건강에 관한 규제는 특구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먼저 현재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중장기적으로 8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당사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관리 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은 없는지 건강 보험료가 누수되는 곳은 없는지를 항시 점검해야 한다.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는 현황 진단과 방향 제시에 만전을 기해 국민 건강 보장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각계의 상호협조가 잘 이뤄져 우리나라에 참 의료보장이 이룩되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