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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업’ vs ‘빈자 일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3 14:40

수정 2014.11.06 08:20



기업 이윤은 급증하고 있지만 각국 경기는 크게 호황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지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순익 증가가 임금 상승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경기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로 접어들어야 하지만 순익과 임금간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세계 경기흐름과 각국 경기가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타임스는 기업 순익 급증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는 깎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노동자 임금 중간값은 지난 2000년 이후 거의 제자리 걸음인데 비해 기업 순익은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증시 ‘닥스30’지수 편입 업체들의 순익이 지난 2년간 2배 이상 폭증했지만 실질 임금은 되레 줄었고 독일을 포함해 대부분 유럽 국가 경기 역시 기업 이윤이 급증하는 가운데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론상 기업 이윤 증가는 임금 상승과 이를 통한 경기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기업이윤 증가 →투자확대 →일자리 증가 →임금상승 →소비확대 → 다시 이윤증가라는 선순환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세계화로 인해 이같은 연결고리가 적어도 주요 선진국 경제 내에서는 끊어졌다는 게 타임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자본이 노동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기업 순익은 지난 200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수준에서 지난해 말 11.6%로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더딘 노동시장 회복세’ 덕에 이같은 이윤증가분 대부분을 임금 인상으로 토해내지 않고 사내에 쌓아둘 수가 있게 됐다.

노조가 여전히 강한 유럽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유로권 1, 2위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 기업들은 아웃소싱 투자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HSBC 런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유럽 자본은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성을 갖추게 됐다”며 “독일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장 문을 닫고 폴란드나 인도에 새 공장들을 열겠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화는 크게 확산돼 영국 통신업체인 보다폰의 경우 영국업체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체 매출과 고용의 8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킹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현재 세계 최대 50개 다국적 기업의 경우 고용의 55%, 매출의 59%가 본사가 위치한 국가 밖에서 이뤄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시장전략가인 알렉 영은 이같은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국내간 매출 증가율이 차이가 나면서 미국 기업들의 경우 매출과 순익이 증가할수록 미국내 고용과 투자를 등한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임스는 “이같은 비대칭적인 순익 증가세와 이에 따른 저조한 기업투자가 정치적으로 경제 국수주의를 낳고 있다”면서 “외국 기업과의 인수합병, 중동 업체의 항만인수 투자 논란 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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