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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짝퉁 배터리’ 골칫거리

조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5 14:41

수정 2014.11.06 08:11



서울 방이동에 거주하는 김모씨(여·33)는 시중에서 헐값에 구입한 휴대폰배터리로 인해 불쾌한 기억을 갖고 있다.

잦은 접촉불량으로 인한 통화 끊김 때문에 배터리에 있는 로고를 보고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문의했다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정품 외에는 AS가 불가능하다는 회사 방침에 배터리를 재구입했다. 공식 창구를 통해 구입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김씨는 “불법 모조품이 버젓이 유통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휴대폰 생산업체에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짝퉁 배터리’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 2004년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배터리 모조품이 서울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정보기술(IT) 전문상가 일부 매장에서 정상가격의 30∼50% 정도에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물량은 국내 생산업체가 AS센터를 중심으로 공급하는 판매용 배터리 규모인 월 5만여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휴대폰 고장이나 폭발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요자나 업계 관계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뜸했던 배터리 관련 AS문의가 올해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자체 시장조사 결과 정상가(3만원선)의 절반 수준으로 팔리고 있는 이른바 시중의 ‘짝퉁 배터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조차 모조품과 정품을 식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제대로 된 인식전환 없이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로 인한 휴대폰 고장 신고 사례가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모조품의 신종모델에 대한 대응 기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보조금 부분 허용으로 기변수요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향후 모조품에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지만 모방기술이 워낙 뛰어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회로도를 살펴야 진위를 알 수 있는 모조 배터리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됐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해 노키아가 배터리에 20자리 일련번호를 입력해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을 정도로 ‘짝퉁 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LG전자 에어컨 모조품 제조공장이 중국 현지에서 적발된데 이어 국내 모 중고 휴대폰 수출업체 사장이 모조품용으로 관련 부품을 밀반출하려다 구속되는 등 국내 시장이 ‘짝퉁 수출지역’으로 급부상하는 점도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정품 배터리 인식 칩 사용 여부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업체 관계자는 “배터리 인식용 칩을 내장하는데 따른 비용 부담이 문제”라며 “그러나 브랜드 신뢰도 저하를 우려할 만큼 모조품으로 인한 문제가 잇따를 경우에는 기술적인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anyung@fnnews.com 조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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