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기아차 해외기지 건설 차질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5 14:41

수정 2014.11.06 08:11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신증설 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검찰수사에 따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공장 신증설을 진두지휘해 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출국하고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출국금지된 가운데 기아차가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들어설 공장 착공식을 연기해 달라고 주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조지아주 기아차공장의 협력업체 진출을 논의하려던 미국 관계자들의 한국 방문도 현대차그룹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조합마저 고용불안 야기를 이유로 해외공장 신증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해외공장 신증설 협의 지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은 기아차가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사장의 출국금지 여파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앨라배마주 피닉스의 제프 하딘 시장을 비롯한 현지 인사들이 4∼7일 서울을 방문, 기아차 납품공장의 유치 문제를 협의하려던 일정도 연기됐다.

앨라배마 개발처가 후원한 이번 한국 방문은 당초 현대·기아차와의 협의를 거쳐 한달 전부터 준비했으나 현대차측이 지난달 30일 준비 부족을 이유로 갑자기 한달 뒤쯤으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사장은 지난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가동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검찰과 협의결과 부정적인 반응을 얻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8일에도 중국 베이징 현대차 착공식을 갖고 유럽의 체코 공장도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의 경우 설영흥 부회장이 참석키로 했지만 체코공장은 정회장이 직접 지휘를 해왔기 때문에 일정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총수를 직접 겨냥한 검찰의 수사로 그동안 정회장 부자가 해외에서 추진해 온 사업들이 물거품이 될 우려가 있다”며 “글로벌 생산기지 거점 마련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수사가 조기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고용불안 이유로 반대

현대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해외공장 신증설로 일부 사업부에서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노조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의 무분별한 해외공장 확대로 국내 사업장의 고용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각 사업부의 의견을 수용, 중앙대책위원회에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인도공장이 증설되고 중국 2공장이 신설되면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현재 확정된 공장의 신증설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국, 미국, 인도, 터키 등 해외공장의 신증설로 생산물량이 해외로 빠져 나가면서 국내에서의 생산물량이 감소,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울산·충남 아산·전북 전주공장 생산능력은 176만대로 지난 2004년 188만대에 비해 6.4% 감소했다. 국내 공장 생산능력은 2002년 189만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03년 188만대로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스타렉스를 만드는 울산 4공장의 경우 생산물량 일부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면서 근무시간을 주야간 10시간에서 주간에는 8시간으로 2시간 단축했다.
울산 5공장도 생산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지난 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회사측이 설명한 공장간 물량 이동에 대해서도 일부 조합원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측은 이 자리에서 아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생산라인을 울산 1공장으로 옮기고 1공장에서 생산하는 클릭, 베르나중 클릭(연간 37만대 생산)을 인도공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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