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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오브펀드 바로보기]母펀드 운용 바뀌어도 투자자 확인 방법없어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5 14:41

수정 2014.11.06 08:10



“펀드오브펀드(FOF)는 사실 포장지를 두번 뜯어야 하는 선물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 펀드들은 포장지를 한번 뜯으면 그 안에 어떠한 내용물이 담겨져 있는지 알지만 FOF는 포장지를 뜯고서 또 한번 더 포장지를 뜯어야만 내용물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소리죠.”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가 지적하는 펀드오브펀드의 단점이다. 이같은 FOF의 특성상 편입펀드 수가 많아질수록 수수료 등 포트폴리오 구성비용이 증가해 수익률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해외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고수익’관점에서 보면 단독 해외펀드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피델리티, 운용보다는 일단 “팔고보자”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FOF 비중 상위 10개사 가운데 7개사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다. 특히 이 가운데 FOF 비중이 가장 높은 운용사는 피델리티자산운용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한 지 1년여가 조금 넘었지만 지난달 30일 현재 전체 수탁고 8300억원 가운데 44.46%인 3690억원을 FOF가 차지하고 있다. 도이치투신운용이 38.4%로 뒤를 있고 있지만 다른 운용사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FOF 비중이 높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않은 외국계 운용사일수록 펀드운용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소위 세계적이라는 브랜드 펀드를 앞세워 판매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는다.

즉 하나의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약 3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는데 이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진입 초기단계에서는 운용보다는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피델리티의 경우 지난해 국내시장에 진입하면서 외국 유명펀드를 국내에 가져다가 판매만 하는 식으로 수탁고를 크게 늘린 사례”라며 “최근 진입한 외국계 운용사들의 경우 당장은 국내시장에서 펀드를 직접 운용하겠다는 의지보다는 판매에 치중하겠다는 논리가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FOF의 투명성 확보 시급

FOF는 이미 검증된 펀드들로 바스켓을 설정해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담보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러 브랜치(국가별 지점)에 나눠 투자함으로써 국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펀드운용의 불투명성이 지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운용내역이나 투자지침을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입한 FOF의 운용방침이 중간에 바뀌어도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사후에나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또 모펀드가 생소한 펀드 일색이라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모(母)펀드와 자(子)펀드간 이해관계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수익성과 성장성에 근거해 모펀드를 선택하는 지, 아니면 매니저간 특수관계가 작용하는 지는 국내투자자가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수료가 2중으로 부과된다는 점과 가입 모펀드가 많아질수록 구성비용은 비싸진다는 점도 치명적 약점이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FOF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최근 신규 판매량의 16% 정도가 FOF 등 해외투자펀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펀드의 인기로 은행 등 판매사들이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는데 올들어는 국내 펀드판매가 시들해지니까 해외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고수익 만을 앞세워 투자자를 현혹하면서 해외펀드에 올인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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