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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연금수술중-홍콩]‘기여한 만큼 투자수익’MPF 안정성 호평

신현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6 14:41

수정 2014.11.06 08:07



【홍콩=김용민·신현상기자】

지난 1997년 7월1일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후 중국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

세계적인 무역항이면서도 낮과 밤이 상이한 천가지의 얼굴을 지녀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물밀듯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관문인 홍콩은 그러나 사회보장제도는 다소 엉성해보인다. 최저임금제도나 실업급여 등과 같은 복지국가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도들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처럼 국가가 재정관리를 하는 공적연금제도 역시 없다.

그러나 홍콩에는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와 비슷한 MPF(Mandatory Provindent Fund)가 그나마 공적연금제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12월에 등장한 MPF는 5년남짓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성공적인 연금제도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실 MPF는 내용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퇴직연금과 같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강제적으로 가입해야만 하기 때문에 ‘강제성공적금계획’, 줄여서 ‘강적금’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강제성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국민들의 불신만 쌓여가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MPF도입에 대해서 홍콩국민들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기존 자발적 퇴직금제도인 ORSO(Occupational Retirement Schemes Ordinance)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콩 연금감독청(MPFA) 헤슬러 리 대외사무부 부국장은 “ORSO는 실효성도 적은데다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면서 “결국 18∼65세 근로자들의 가입을 강제화 한 MPF제도가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정착한 MPF

홍콩 역시 고령화문제가 대두되자 1993년 근로자의 노후 소득보장 일환으로 ORSO라는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자율적 퇴직연금제도라는 한계에 부딪치면서 근로자의 가입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특히 취업인구의 30% 정도밖에 커버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다 10년 이상 근속자만 퇴직금의 100%를 받을 뿐 1년 근속자는 10%, 2년이면 20%만 받을 수 있는 구조때문에 국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안전한 퇴직급여 보장을 위한 강제적 연금제도인 MPF가 등장했고 상황은 달라졌다. 도입후 3년까지는 홍콩증시의 하락으로 MPF 적립금이 손실을 입자 가입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졌지만 그 후 높은 수익을 거두자 MPF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호응도 점차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공무원이나 교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ORSO 가입자는 MPF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MPF 도입이후 가입자는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MPF의 가입률은 지난해 9월말 현재 고용주의 97.9%, 근로자의 96.8%에 달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도 78%나 된다.

■기여한 만큼, 투자수익대로 받는다

국민연금처럼 가입은 강제적이지만 MPF는 기여한 만큼, 또 투자 수익대로 연금을 받는 구조다.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 등 18세부터 65세까지 60일 이상 고용계약을 체결한 모든 근로자들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만 한다. 고용주가 5%, 근로자가 5%를 내게 되며, 자영업자는 5%만 내면 된다. 연금납입이나 운용은 정부가 감독하지만 운용회사에 대한 투자 선택권과 그에 대한 책임은 다 개인에게 있다.

MPF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확정기여(DC)형과 마찬가지로 DC형이다. 개인이 선택해 가입한 펀드 운용 결과에 따라 65세 이후부터 연금을 지급받게 돼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이후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수익률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자 MPF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함께 투자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지면서 투자자 교육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크 코닌 알리안츠자산운용 홍콩지사 대표는 “펀드 운용결과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연금 규모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향후 4∼5년부터는 가입한 펀드의 운용 성과가 MPF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제도의 개선통해 안정적 운용 담보

ORSO에서 MPF로의 이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홍콩정부는 법령, 감독제도 및 사업참가자 전체의 퇴직연금 구조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감독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혁했다.

특히 지난 2004년에는 59개 세트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수수료를 통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 상·하한선을 폐지했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

결국 MPF의 핵심은 운용의 안정성이다. 그렇다보니 연금사업자들로 부터 월 1000홍콩달러로 제한돼 있는 납입한도를 인상하고 홍콩자산을 최고 30% 이상 편입하도록 돼 있는 규정 완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당분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게 MPFA의 입장이다.

또한 연금 기여금을 연체한 사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함은 물론 적극 나서서 가입자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고 있다.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다.

헤슬러 부국장은 “MPF 시스템의 효율성과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수요자들의 요구를 언제든지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교육이 성공의 열쇠

MPF는 말그대로 ‘강제성 연금’이지만 투자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개인 다수의 투자 실패는 전체 연금 정책에 대한 우려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교육의 중요성이 가장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아무리 강제적인 연금제도라 하더라도 사회적인 합의와 협조없이는 성공적인 연착륙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MPF는 자산운용의 리스크를 근로자가 부담하는 DC형이라는 점에서 투자교육의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산업계와 감독기관이 상호협조하에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고령화 시대의 노후생활보장을 위한 강적금의 필요성을 하나둘씩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연금감독청은 근로자와 고용주, 금융기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여러 차례에 걸쳐 법령을 손질했으며, 최대한 수요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을 진행중에 있다.


MPF 판매 시장점유율 1위인 HSBC의 마이클 하 홍콩기관투자본부 이사는 “한국 역시 연금제도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의 변화를 먼저 이끌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감독시스템의 조기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sh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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