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방송 이야기]‘일상속 여유’ 묻어나는 TV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07 14:41

수정 2014.11.06 08:04



TV는 일요일 아침 일찍 조용한 명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달콤한 휴일의 늦잠을 떨쳐 버리기에는 좀 이른 일요일 아침 7시. 기차가 천천히 달리고 역장인 듯 보이는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새들이 강물위로 날아가고 갈대는 지난 추억이 그리운 듯 하염없이 바람에 흔들린다. 갈색 화면이 서서히 엷어지면서 우리 귀에 익숙한 베테랑 성우는 마음 여행이 시작됨을 알린다. ‘영상포엠 내마음의 여행’(KBS 1TV, 일 오전 7시).

빠르게 변하는 세상속에서 TV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려고 한다. 세상의 트렌드를 앞다퉈 소개한다.
TV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도태할 것이라고 하지만, 명상 프로그램에서만은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라고 한다. 좀 더 천천히, 여유있게 삶을 생각하라고 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여유로운 웃음과 삶의 진솔함이 폴폴 묻어난다.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식구들을 조용히 깨워 함께 이불속에서 몸을 비비며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여행보다 훈훈한 감정의 교류가 이어질 것이다. 특히 고화질 영상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정갈한 화면만큼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투명하게 정리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피곤함은 주말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분주한 일상속에서 문득 해질녘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면 허전한 마음을 꼭꼭 채워주는 따뜻한 프로그램도 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KBS 1TV, 월∼금요일 오전 10시50분·오후 4시55분)이 그것이다.

추운 겨울 어둔 밤 딸을 업고 병원까지 뛰셨던 아버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시던 어머니, 빛바랜 가족 사진속에서 인자하게 웃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운 사람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파스텔톤의 동화로 잔잔히 살아난다.


5분 동안의 동화나라 여행은 꽤 감동적이다.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거울앞에 돌아와 선 누이같은 이금희 아나운서의 내레이션이 어우러지면 어느새 마음은 촉촉하게 젖어 들어왔음을 느낄 것이다.
TV가 조금은 천천히, 일상의 속도를 늦춰주는 거꾸로 가는 속도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카이라이프 커뮤니케이션팀 공희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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