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임금 동결로 비정규직 돕자는 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2 14:41

수정 2014.11.06 07:47



외환은행 정규직 직원들이 올해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임금 인상분을 비정규직에게 양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규직 노조가 임금 동결을 감수하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합원 투표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시도만으로도 그 뜻을 높이 살 만하다.

외환은행 노조의 결단이 돋보이는 이유는 자기 희생 정신이다. 이제까지 임금협상 과정에서 정규직 노조들은 파업도 불사하는 강경노선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비난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생색만 내는 수준이었던 게 사실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요원한 상태에서 정규직 노조의 임금 인상 포기는 신선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비교적 높아 지나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국가별 제조업 시간당 보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90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간당 보수 증가율이 조사대상 27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제조업 보수는 임금과 함께 사용자가 부담하는 사회보험 지출 등의 기타 노동비용을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90년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03년 현재 279에 달했다. 2위인 싱가포르의 상승률(98.8%)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의 결단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노조의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조가 국민은행과의 매각 협상을 앞두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통해 세력을 키운 뒤 독자 생존하는 길을 찾으려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노조가 외환은행의 정상적인 매각 절차에 관여해서는 안되지만 의도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여준 자기 희생 정신을 폄훼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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