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론스타가 지금 기부금 논할 때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7 14:42

수정 2014.11.06 07:32



외환은행 매각으로 4조5000억원의 양도차익이 예상되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사회발전 기금으로 1000억원을 기부하고 과세 논란이 매듭지어질 때까지 국내 예상되는 세금 7250억원을 국내 은행에 예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론스타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보낸 팩스에는 이 밖에도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론스타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투자자 입장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모펀드로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결단이라는 점에서 또 외환은행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에서 론스타의 이번 결정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지금이 사회발전기금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점인가다. 사회발전기금은 사안이 매듭지워진 다음 이익을 거둔 쪽이 감사한 마음으로 희사할 때 비로소 정재(淨財)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추정 이익’ 가운데 얼마를 사회에 기증하겠다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또 국세청이 최대 1조2000억원까지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7250억원을 국내 은행에 예치해 두겠다는 것도 적절한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세는, 세금 계산은 론스타가 아니라 우리 국세청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론스타가 진실로 수사와 감사에 적극 협조하고 과세에 성실하게 응할 생각이라면 우선 도피중인 론스타 서울사무소 책임자로 외환은행 인수 때 상당한 역할을 한, 그리고 사안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스티브 리씨가 한국 법정에 출두하도록 해야 한다.
사회발전기금 기증이나 과세 예상액 예치 따위는 그 뒤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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