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검찰 조사]현대차 글로벌 5위 꿈 ‘올스톱’

올초 야심차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이 이를 진두지휘해 온 정몽구 그룹 회장의 검찰 출두로 ‘이류전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환율급락, 고유가, 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경영환경과 중국차의 추격, 일본차의 견제 등 만만치 않은 세계자동차 시장에서도 직원들이 고통을 감내하는 비상경영을 통해 꿈꾸던 초일류기업 도약이 검찰 수사로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특히 경쟁업체인 도요타 등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연초 계획한 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해외판매마저 부진할 조짐을 보여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초일류기업 도약 물거품되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초일류 기업 도약 선언은 품질이나 마케팅, 생산성이 따르지 않고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삼성에 이어 두번째다.
하지만 연초부터 환율급락, 고유가, 원자재가 인상 등에 부닥쳐 올 경영계획 달성에 난항이 예상됐다. 더군다나 중국차의 추격, 일본차의 견제 등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공급과잉까지 직면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국내에서는 임금동결을 통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해외에서는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등을 통한 난국타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정회장은 생산현장을 돌며 이를 진두지휘했고 특히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한 품질경영을 직원들에게 강도높게 주문했다.
정회장은 검찰수사중에도 미국과 중국공장을 방문하는 등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의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연초부터 차질없이 진행해온 초일류 기업 도약 프로젝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노조는 과장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9.1%(현대차), 7.8%(기아차) 등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은 이를 주도해 온 정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에 이어 현대차 체코공장의 착공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해외딜러망이 동요하고 있는데다 미국 현지의 자동차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초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검찰 수사 이후 대부분 중단됐다”며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이제는 검찰수사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역풍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류전락을 우려한다
현대차그룹이 연초 초일류 기업 도약을 선언한데 이어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복합적 위기상황에 돌입하면서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3∼5년 뒤 미래가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다가오는 위기 극복을 위해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미래대비형 연구개발(R&D)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해 6개 정도의 일류업체만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오는 2010년 세계 5위로의 도약을 위한 중장기 플랜을 진행중이다. 현재 순위는 세계 7위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두단계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를 지휘해 온 정회장의 검찰 출두로 초일류 기업 도약은 물건너가고 오히려 이류로 전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차의 고전을 틈타 도약을 노리고 있는 현대차는 달아나는 일본차와 쫓아오는 중국차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중국차는 이미 생산능력에서 지난 2003년 한국을 추월하는 등 추격이 거세고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미국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일본차는 최근들어 국내업체가 주도해 온 소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정회장이 현대차 성공의 원동력’, ‘GM이 걱정해야 할 대상은 렉서스가 아니라 현대다’. ‘도요타여 경계하라! 쏘나타의 끝마무리는 캠리·어코드와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수준이다’ 등 현대차와 정회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해외 유수언론들도 “현대차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계획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 대 고객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4%대 점유율로 초기 성장기에 있는 현대차의 기세가 꺾일 경우 치열한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이 2∼3%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현대차가 상승탄력을 잃고 ‘잉여시장’의 대열로 떨어지는 순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 이류로 전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email protected]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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