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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재건축 단지가 뜬다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24 14:43

수정 2014.11.06 07:02



정부의 잇단 규제로 강남 재건축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 여의도 상업지구내 재건축 추진 단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단지들은 사업 추진을 기존의 아파트 재건축 방식이 아닌 멸실 후 신축 방식을 택해 개발이익환수제 등 규제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23일 여의도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의 서울·공작·수정 아파트가 최근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준공시기(1976년)와 용도(상업지역)가 같으면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추진 중인 재건축 방식은 조합 중심으로 추진하는 기존 재건축 방식 이 아니라 집주인들이 모두 사업자가 되는 신축방식이다. 즉 모든 주택을 없앤(멸실) 뒤 그 자리에 새로운 주택을 짓는 형식. 실질적으로 재건축 사업이지만 일반 건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상 소형평형의무비율,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과 관련된 규제를 모두 피할 수 있다.
도정법에서 요구하는 안전진단 등의 절차도 밟지 않는다. 더욱이 이 단지는 상업용지인 관계로, 주상복합으로 짓고 용적률도 600%까지 높일 수 있는 메리트도 생긴다.

이런 기대치를 반영해 최근 이 요건에 해당하는 단지의 아파트 값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지역 월드부동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지만 작년 이맘때 6억5000만원 하던 공작아파트 28평이 지금은 8억∼8억50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며 “최근 서너 달 사이에만 평균적으로 5000만∼1억원정도씩 올랐다”고 설명했다.

인근 대지공인 대표는 “20평형대를 제외하고는 매물도 별로 없다”면서도 “강남이나 목동 수준까지는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단지들의 개발에는 장애물도 많다. 멸실 후 신축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건축법 적용을 받으면서 주민 참여가 300가구 이하로 제한되고 주민 100%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아파트는 개발 이익 배정, 신축 건물 설계 등의 이견에 따라 세 개의 사업 추진 모임이 각각 따로 활동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려는 ‘재건축협의회’와 이에 반대해 삼성건설, 대림산업 등을 대상으로 시공사 재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신축사업단’, 그리고 4월 들어 열린 조합 총회에서 두 추진세력을 모두 불신임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서울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이 그것이다. 100% 주민 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인 셈이다.

신축 방식에 따라 가구수를 300가구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도 난제다. 서울(192가구)의 경우 문제가 없지만 수정(기존 329가구)과 공작(373가구)은 가구 수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조만간 새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받는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판에 주민들이 알아서 순순히 떠날리 만무하다.

이 지역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아파트의 경우 전체 가구수의 40%에 가까운 70세대가 70대 이상이 거주하는 등 이 지역 아파트에는 기본적으로 노년층과 토박이들이 많다”면서 “이 지역에 오래 생활하면서 편리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년층의 경우 아파트 값이 올라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아 재건축에 시큰둥한 경우도 많다”고 귀띔해 이 지역 재건축 사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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