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국자본 SK·KT&G 경영권 위협하더니…이번엔 현대그룹?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SK, KT&G에 이어 또다시 외국계의 ‘사냥감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스위스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홀딩AG’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받은데 이어 골라LNG의 투자 자회사인 ‘제버란 트레이딩’이 현대상선 지분 2.18%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7.18%로 높였다. 제버란 트레이딩은 단일 주주로는 현대엘리베이터(17.16%)를 제치고 최대 주주가 됐다.

특히 제버란 트레이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11일 경영권 안정을 위해 우호 주주인 케이프포천으로부터 현대상선 주식 309만여주를 추가 취득하겠다고 밝힌 뒤 불과 이틀 후부터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 확보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회사채를 발행, 23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25일에는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공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그룹,사냥감 표적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주식 309만2197주를 462억원에 추가로 인수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한 바 있다. 지분 취득 후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은 17.16%에서 20.16%(2078만2197주)로 3%포인트 늘어나게 된다. 이 공시 직후 골라LNG가 자회사를 통해 총 2.18%를 장내 매수한 것은 현대측의 지분 확대를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우호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에 케이프포천 지분을 끌어들이면 30% 수준이 된다. 현대상선은 케이프포천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1236만주에 대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어 여차하면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 해도 제버란 트레이딩이 외국인 투자사 스타뱅거의 지분 7.44%를 끌어들이면 현대측과의 지분 격차는 5%대로 좁혀진다.

현대그룹의 고민은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현대엘리베이터도 적대적 M&A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협공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KCC가 갖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를 지난달말 쉰들러 홀딩AG가 전량 장외 매수 방식으로 사들여 김문희 여사(19.4%)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결국 현대그룹은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모두 외국계의 사냥감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현대택배(지분율 30%) 현대증권(13%) 현대아산(37%)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연결고리다.

■현대상선 이달에만 5300억원 자금조달

현대상선측은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7.16%,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 3.3% 등 우호지분이 30%를 넘는데다 비록 계열 분리가 됐다고는 하지만 현대건설이 8.69%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의 경영권이 어디로 넘어갈지 모르기 때문에 낙관만 할 수도 없다. 현대상선이 회사채를 통해 2300억원을 조달한 지 열흘 만인 이날 3000만주 유상증자로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키로 한 점도 주목된다. 운영자금 확보 차원뿐만 아니라 골라LNG와의 지분 경쟁에 대비한 실탄 비축용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상선의 우호 세력인 케이프포천 보유 지분 매수에만 약 2000억원이 소요된다. 아울러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종잣돈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지분구조상 경영권을 빼앗길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당초 골라LNG를 주가가 오르면 팔고 갈 ‘먹튀’로 생각했으나 계속해 지분을 늘리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자사주 매입도 방어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위원은 “제버란 트레이딩의 지분 규모를 감안하면 아직은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의도 자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현대측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차석록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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