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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특별기획 어머니는 힘이 세다]장애딛고 숨은재능 찾아 키웠더니 형진이 다리…


"영화 대사처럼 '형진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라는 말을 자주 했더니 정말 그렇게 되더군요.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은 아이들을 키울 때 적용되는 말이었어요."

발달지체장애(자폐)를 딛고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배형진씨(24). 이젠 유명인이 된 그의 어머니 박미경씨(49)는 기도문처럼 말한 염원들이 '희망의 씨앗'이 됐다며 아들이 보통 또래들과 달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원이 간절하면 하늘도 감동하는지 절실한 염원이었던 것들이 그대로 이뤄졌어요. 영화가 흥행된 뒤에 한 기업에선 형진이에게 '백만불짜리 다리' 보험도 들어줬거든요." 박씨의 설명대로 형진씨의 다리는 값지다. 다른 장애우들에게 준 희망까지 합치면 두 다리의 값어치는 백만불짜리 그 이상이다.

박미경씨는 형진이처럼 장애가 있더라도 재능을 찾아서 계발시켜주면 일반인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단언한다. 형진이를 통해서 그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박미경씨의 소망이었다.

"장애라는 벽을 가진 사람은 안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걸 깨보고 싶었어요. 무리인 줄 알았지만 철인 3종경기를 형진이에게 시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특히 형진이와 같은 발달 지체장애인들은 장애 극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박미경씨는 형진이와 같은 경우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형진이에게 어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줄 때 '유머레스크'라고 곡 설명을 계속 해줬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백화점에서 같은 곡이 나오는 것을 듣고서 형진이가 유머레스크라고 하더군요."

재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고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형진이와 같은 장애인들에게 필요하다는 게 박미경씨의 생각이다.

박씨는 요즘 아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언제부턴가 형진이가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듣고서 음감이 좋은 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진이는 가수 이문세를 유난히 좋아해 자기 방에서 혼자 오디오를 틀어놓고 곧잘 노래를 따라 부른다.
박씨 역시 이문세의 열렬한 팬이다.

이처럼 형진이에게 마라톤, 철인 3종경기, 음악 등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가르치려는 박씨의 노력은 또 다른 희망의 불씨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장애가 있더라도 특성에 맞게 재능을 끄집어내서 꾸준히 계발시켜주면 일반인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포기하고 싶어도 절대로 희망까지 포기해선 안 됩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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