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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 반응,“법원마저 외면땐 韓경제 암울 해외공장 건설등 올스톱 위기”



검찰이 정몽구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임직원들은 하루종일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회사에서 2㎞ 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로 눈과 귀를 세운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검찰이 오전 11시10분 정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하자 허탈감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특히 정회장 부재로 인한 현대차그룹의 앞날을 우려하며 일손을 잡지 못했다.

직원들은 이날 하루 인터넷과 시시각각 전해오는 방송보도를 통해 검찰의 움직임을 체크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긴 하루를 보냈다.

직원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상명 검찰총장이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정회장의 불구속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26일 밤 채동욱 수사기획관이 “수사팀이 오후 5시 총장에게 보고했고 총장이 6시30분 최종결정을 내렸으며 수사팀과 이견은 없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정회장 구속쪽으로 급반전되자 허탈해했다.

정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법과 원칙’을 강조한 뒤 ‘수사팀과 이견이 없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확인했다. 한달간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회장의 구속을 막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던 직원들에게는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직원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처진 어깨를 추슬렀다.

검찰의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던 직원들은 검찰이 오전 정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발표하자 공황상태에 빠졌다. 대부분의 현대차 임직원들은 검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발표 순간 사무실은 조용한 침묵이 흐르며 적막감만 감돌았다.

직원들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삼삼오오 모여 정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회사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 걱정했다.

일부에서는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할 수도 있다’면서 법원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그룹 안팎을 휘감은 극도의 혼란감에 묻히고 있다.

현대차는 또 “이번 사태에 대해 노조원과 협력업체, 회사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쉽다”며 “법원이 사회 각계가 제출한 정회장 선처 탄원을 감안한 결정을 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법원마저 경제상황 등을 외면한다면 현대차그룹의 앞날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서 “해외공장 건설 등 굵직한 현안들은 올스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날 정상적으로 출근, 임원진으로부터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전해들은 후 긴급 대책회의를 가져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은 구속영장 청구방침이 발표되자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다. 현대차는 김동진 총괄부회장 주재로 이날 아침 일찍부터 대책회의를 가지며 정회장 구속이 미칠 파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떻게 이런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현대차의 대외 신인도가 한 순간에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러나 그룹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거나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종섭기자

■사전구속영장이란

대검 중수부가 27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영장실질심사 등 후속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전구속영장은 원래 피의자가 달아나 당장 구속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청구하는 신병 확보 수단이지만 최근에는 일반적인 구속 수사가 불러올 수 있는 파장 등을 고려해 정·관계, 재계 인사들을 구속할 때 청구하는 영장으로 바뀌고 있다.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일정 기간 별도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언제든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판사가 정하지만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10일 정도로 하는 게 관행이다.

사전구속영장은 피의자가 스스로 신변정리를 할 수 있고 구속 전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의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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